런정페이 "스스로와 조국 위해 죽을 것" "영웅적 희생 필요"
'美 제재 궁지' 화웨이, 신사업 개척 위해 5개 '군단' 창설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미국의 고강도 제재로 궁지에 몰린 중국의 거대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華爲) 그룹의 런정페이(任正非)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77)가 "평화는 투쟁을 통해서 성취할 수 있다"면서 임직원들에게 '대미 결사 항전' 의지를 주문했다.
5일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에 따르면 런정페이는 최근 개최된 화웨이의 '군단'(軍團) 조직 창설과 관련한 내부 행사에서 '영웅적인 희생' 등의 어휘를 사용하면서 임직원들에게 "끝까지 싸우자"고 촉구했다.
화웨이가 지난 3일 '퇴로가 없어도 승리의 길로-군단 창설 대회'라는 제목으로 사내 온라인망에 올린 영상에 따르면 런정페이는 관련 행사에서 "나는 평화는 투쟁을 통해서 성취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런정페이는 "우리는 30년간 평화로운 환경을 만들기 위해 사력을 다해 노력해야 하며, 영웅적인 희생을 해야 한다"면서 "그래야만 아무도 우리를 괴롭힐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런정페이는 "우리는 우리 스스로와 조국을 위해 죽을 것"이라면서 "역사는 우리를 기억하고, 우리가 함께 축배를 드는 날을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화웨이가 신사업 영역 개척을 통해 미국의 제재에 따른 어려움을 돌파하기 위해 창설한 5개 군단의 핵심 관계자 300여 명이 참석했다.
화웨이가 창설한 5개 군단은 석탄 광산, 항만, 스마트 고속 도로, 데이터 센터 에너지, 스마트 광발전 등 5개 부문이다. 이들 부문은 미국 제재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분야다.
화웨이가 미국 구글의 경험을 벤치마킹하고 지난 3월부터 석탄 광산 부문 시범운영을 통해 이번에 5개 군단을 발족시켰다.
화웨이의 군단 조직 창설은 기초 연구자, 기술 전문가, 상품 전문가, 엔지니어, 마케팅 전문가, 애프터서비스 전문가를 한 부문으로 묶어 업무 효율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화웨이의 내부 소식통은 군단 조직에 대해 "미국의 봉쇄 기간 회사의 새로운 길의 개척을 통해 돌파구를 여는 임무를 부여받았다"고 말했다.
런정페이의 '대미 결사 항전' 의지 발언은 화웨이의 올해 3분기까지의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급감했다는 발표 직후 나온 것이다.
화웨이의 올들어 3분기까지의 매출은 4천558억 위안으로, 작년 동기(6천713억 위안) 대비 32% 감소했다.
화웨이는 핵심 부품인 반도체 공급이 막히면서 주력 사업인 통신장비와 스마트폰 사업을 정상적으로 할 수 없는 상황에 부닥쳤다.
런정페이의 대미 관련 발언은 미국의 제재 여파로 화웨이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 비례해 점차 강도가 거세지고 있다.
런정페이는 지난 8월 한 모임에서는 해외 인재 유치를 통해 올해 어려움을 돌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런정페이는 "이제 우리는 '높은 코'를 가진 인재를 유치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우리의 해외 연구 센터에 더 많은 예산을 할당할 필요가 있다"면서 "우리는 북미의 연구센터를 인재 모집의 허브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런정페이는 지난 5월 열린 화웨이 내부 포럼에서 미국이 어떠한 압력을 가하더라도, 화웨이는 계속해서 문을 열어야 하며 국제 시장에서 성장해야 하고, 미국으로부터 배워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19년 5월부터 안보상의 이유로 자국 기업들에 대해 화웨이에 부품을 공급할 때 허가를 받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의 규제를 개시했다.
또 작년 5월부터는 미국의 장비를 사용해 부품을 생산한 외국 기업들에도 화웨이에 부품을 공급할 때 미국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등 화웨이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이로써 화웨이는 미국의 기술 및 서비스와 관련된 제품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이 사실상 차단됐다.
조 바이든 행정부도 트럼프의 화웨이에 대한 강경책을 이어받아 화웨이가 요청한 5G 기기에 사용할 반도체 칩 수출 라이선스 승인을 거부한 바 있다.
미국 제재의 여파로 화웨이는 지난해 11월에는 중저가 스마트폰 브랜드인 '아너'(Honor·중국명 영요<榮耀>)'를 매각하기도 했다.
화웨이는 대신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클라우드 서비스) 부문의 역량을 강화하면서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jj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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