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정책 정상화에 글로벌 자산시장 불확실성 커져
전문가들, 당분간 보수적인 투자 전략 조언…"달러화 자산 주목"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박원희 기자 = 미국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을 시작으로 각국의 통화 정책 정상화가 추진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속에 시장 금리가 오르고 유동성이 줄어들면 주식, 채권,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내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불안을 반영하듯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자금이동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구체적으로 시중 자금이 주식 등 위험성 있는 자산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머니무브라고 한다. 최근에는 돈의 흐름이 이와 반대로 위험 자산에서 안전 자산으로 이동하는 역머니무브 성격의 흐름이 두드러진다.
간접투자 상품인 주식형펀드에는 자금이 유입되고 있지만, 금리가 들썩하면서 채권형펀드에서는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대기성 자금으로 볼 수 있는 머니마켓펀드(MMF)에는 최근 한 달 새 24조4천억원이 유입됐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글로벌 시장이 불안한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며 위험 관리 차원의 방어적이고 보수적인 투자 전략을 짜라고 조언했다.
◇ 주식·채권 회의론 확산
시장에선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테이퍼링 시행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시장 전문가들은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에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 코스피의 상대적인 부진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통화 긴축 국면이 가까워지는 가운데 경기 불확실성과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연우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테이퍼링 시행 속에 글로벌 경기와 물가 불안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내년 1분기까지 코스피는 조정 국면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미디어콘텐츠 본부장은 "공급망 문제와 중국 전력난 등으로 글로벌 경기가 부진할 가능성이 있어 우리나라 수출도 둔화할 것"이라며 "국내 증시 전망도 낙관적이지 않고 글로벌 긴축과 금리 상승 여파로 채권시장도 좋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통화 정책 정상화로 달러화가 약세로 전환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주식 투자 관점에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신흥국 시장에 대한 선호도가 약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우선 글로벌 공급망 병목 현상을 증시 흐름을 가를 중대 변수로 꼽았다.
정 센터장은 "코스피에서 공급망 병목 현상에 취약한 업종 비중이 59%에 이른다"며 "내년 2분기께 병목 현상이 완화하면 경기 회복 기대가 살아나고 물가 상승 압력이 진정되면서 시장도 상승추세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 채권 매력 떨어지고 달러·미국 리츠 등 유망 예상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주식과 채권, 부동산 등의 투자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예상도 확산하고 있다.
이들 자산 중에서도 내년에 각국의 금리 인상이 본격적으로 논의되면 채권의 매력은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년에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활발하게 진행되면 주식 대비 채권의 매력은 더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내년 유망 투자처로는 달러화 자산이 꼽혔다.
서상영 본부장은 "통화 정책 정상화를 고려하면, 달러화 자산이 당분간 투자처로 유망하다고 본다"며 "주식에 투자하고 싶다면 2차전지나 전기차, 메타버스 등 유망 산업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분할 매수하는 방법을 권한다"고 조언했다.
대신증권은 내년 상반기까지 방어적인 성격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라며 이자나 배당 임대료 등 정기적 수입을 창출하는 인컴형 상품에 관심을 가지라고 권했다.
배당주나 물가 오름세로 임대료 상승이 기대되는 미국 리츠, 투자등급 회사채도 양호한 수익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메리츠증권은 유망한 투자처로 인플레이션 방어력이 높고, 성장성이 있는 자산이나 물가연동채권 등을 꼽았다.
한국투자증권은 인플레이션 위험 회피 관점에서 단기적으로 원자재 등 실물자산의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이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내년에 투자하기 좋은 국가에 대해서는 전망이 다소 엇갈렸다.
삼성증권은 선진국에선 미국보다 유럽 시장이, 신흥시장에선 가격 이점이 있는 동아시아 시장이 각각 우위를 점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달러화 강세 등을 고려하면 미국 증시 선호도가 내년에도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indigo@yna.co.kr, encounter24@yna.co.kr
(끝)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