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중앙은행, 금리인상엔 신중한 모습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이번 주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내놓은 파격적인 통화완화 정책을 접는 쪽으로 한발 내디뎠으나, 속도는 서로 달랐다.
공급망 혼란으로 촉발된 인플레이션이 더 광범위하게 지속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7일 외신에 따르면 호주(2일), 미국, 폴란드(3일), 영국, 노르웨이, 체코(이상 4일)의 중앙은행이 이번 주에 연이어 통화정책을 결정했다.
시장의 주목을 가장 많이 받았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긴축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연준은 3일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치고 기준금리를 동결하되 이달부터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하지만 이번 테이퍼링 결정이 "금리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는 직접적 신호는 아니다"라며 시장의 확대 해석을 경계하면서 "금리 인상을 위해서는 별도의 한층 엄격한 조건이 만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준의 테이퍼링 개시는 시장이 예상한 바였고, 금리 경로에 대해선 비교적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의 입장을 보인 까닭에 국내외 금융시장은 대체로 안정적인 모습이었다. 이른바 '발작 없는 테이퍼링'(tantrumless taper)이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호주중앙은행(RBA)은 좀 더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였다.
RBA가 2일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발표한 성명에 "기준금리가 2024년까지 인상되지 않을 것"이라는 문구가 생략돼 RBA가 기준금리 조기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고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RBA는 5일 경제전망을 수정하면서 "최근 경제 추세에 의거하면 금리 인상은 2024년에 있을 것"이라며 재차 기존 입장을 밝혔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예상 밖의 동결 결정을 내렸다.
영란은행은 4일 통화정책위원회(MPC)에서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0.1%로 유지하기로 했다.
달라진 것이라면 이전까지 금리 결정이 만장일치였으나 이번엔 찬성 7, 반대 2로 갈렸다는 점이다.
영란은행은 경제 지표가 예상대로 나온다면 몇 달 안에 금리를 올려야 할 수 있다며 긴축의 여지를 남겨뒀다.
노르웨이, 폴란드, 체코는 좀 더 강경한 입장이었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이 아닌 노르웨이의 중앙은행은 4일 기준금리를 현행 0.25%로 유지하면서 12월에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폴란드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0.75%포인트나 올렸다. 이는 2000년 이후 최대폭 인상이다.
체코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1.25%포인트 올려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인상 폭이 1997년 이후 가장 컸다.
체코 중앙은행은 한발 더 나아가 다음 통화정책 회의 때 추가 인상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체코와 폴란드는 유로화를 사용하지 않고 EU와 별도로 중앙은행을 운영한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미 지난주 통화정책회의 때 금리 동결 결정을 내렸지만, 조기 인상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진화하려고 노력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3일 스페인 리스본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전 필요한 세 가지 조건이 내년에 충족될 가능성은 매우 작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달 말 통화정책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내년에 금리 인상이 없을 것이라고 밝힌 그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었다.
블룸버그통신은 세계 주요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엔 신중한 행보를 보일 것이라며 영란은행은 내년 2월, 연준은 내년 6월, ECB는 내년 중 어느 시점에 각각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란 게 대체적인 관측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연준을 포함한 중앙은행들이 경제 성장과 고용 회복세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 인플레이션을 과거보다 좀 더 용인하고 싶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무라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을 견제하려고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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