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막아도…"누리꾼, '펑솨이·장가오리' 풍자 열풍"

입력 2021-11-05 17:19   수정 2021-11-05 17:38

검색 막아도…"누리꾼, '펑솨이·장가오리' 풍자 열풍"
자유아시아방송 "1947년 사진 공유하며 '펑솨이와 부총리' 언급"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 여자 테니스 스타인 펑솨이(35·彭帥)의 '미투'가 중국에서는 곧바로 차단됐지만 누리꾼들이 온갖 방법을 동원해 이를 풍자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5일 보도했다.
펑솨이는 지난 2일 밤 자신의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계정에 장가오리(75·張高麗) 전 중국 부총리가 2018년 은퇴한 뒤 자신을 성폭행했다는 내용을 포함해 위력에 의해 오랜 기간 그와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해왔다고 주장하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그러나 해당 글은 20여분만에 사라졌고, 중국 소셜미디어에서는 두 사람과 관련된 글이 검색되지 않는다.
대만 연합신문망은 "한국 드라마 '총리와 나'도 갑자기 중국에서 검색이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홍콩 매체에서조차도 관련 소식은 보도되지 않고 있다.
RFA는 "이런 상황에서 중국 누리꾼들이 여러 다양한 방법으로 '금기'인 화제를 다루며 당국의 인터넷 검열을 빠져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은 1947년 역사적 사진을 활용한 것으로, 당시 펑더화이(彭德懷) 인민해방군 사령관이 시중쉰(習仲勳)과 작전을 짜는 모습을 찍은 사진이다. 시중쉰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아버지로 후에 중국 부총리가 됐다.
중국 공산당과 국민당 간 '국공내전' 당시 펑더화이가 서북군사령관을 지낼 때 시중쉰은 부정치위원을 지낸 바 있다.
중국 누리꾼들은 '펑더화이'의 성이 미투에 나선 펑솨이와 같고 '사령관'을 뜻하는 단어의 중국어 발음이 '솨이'이며, 시중쉰이 훗날 부총리가 된 것에 착안해 이 사진을 '펑솨이와 부총리'라는 제목으로 공유하고 있다는 게 RFA의 설명이다.
중국 당국이 고위층의 '미투'를 번개같이 삭제하고 차단했지만, 누리꾼들이 언어유희를 통해 이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누리꾼들은 또한 지난 3일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정례 브리핑에서 블룸버그 통신 기자로부터 "테니스 스타 펑솨이가 장가오리 전 부총리에 대해 제기한 주장이 인터넷에서 검열되고 있는데 그것에 대한 입장은 뭔가?"라는 질문을 받고 몇초간 당황하다 "그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건 외교적 문제도 아니다. 다음 질문 받겠다"고 답하는 영상도 소셜미디어에서 공유하고 있다고 RFA는 전했다.
이에 대해 일부 누리꾼들은 "전세계 네티즌들이 들어본 이야기를 외교부는 못 들어봤다는 거냐?"고 꼬집었다.
자오쯔양(趙紫陽) 전 중국 공산당 총서기 비서 출신의 반체제 인사인 바오퉁은 트위터에 비꼬는 톤으로 "장가오리는 영웅이어야 한다. 펑솨이는 영웅을 비방한 것이 분명하다"는 글을 올리며 이번 사건을 언급했다.
이와 함께 중국 누리꾼들은 펑솨이가 4년 전 대만에서 열린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여자 단식 준결승에 출전했을 때 'Z'자 목걸이를 했는데 그게 장가오리의 '장'을 뜻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론도 펼치고 있다고 RFA는 전했다.
당시 기자가 목걸이의 'Z'가 무엇을 뜻하냐고 묻자 펑솨이는 "특별한 의미가 있지만 말은 못하겠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한편, 이번 사건을 두고 정치적 음모론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기관지 '학습시보'(學習時報)의 전 편집장으로 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는 덩위원(鄧聿文)은 음모론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오는 8일 시작하는 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 직전에 터졌고,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이 현 중국 최고지도자의 '정적' 그룹으로 불리는 '장쩌민(江澤民·전 국가주석)파'의 요인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배경이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덩위원은 RFA에 "장가오리는 현재 실질적인 영향력이 없고 19기 6중전회의 내용은 이미 확고히 확립됐다"고 말했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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