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매체 "부채 투명성 높이는 데는 한계"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인 상하이(上海)시와 광둥(廣東)성이 이른바 '숨은 부채' 제거를 목표로 한 시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6일 보도했다.
'숨은 부채'는 각 지방이 예산에 공식적으로 잡히지 않도록 하는 편법으로 자금을 조달하면서 형성된 음성 부채를 뜻한다.
SCMP는 금융도시 상하이시와 제조업 중심지 광둥성이 지난달 나란히 예산 밖의 부채를 청산하는 실험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상하이시와 광둥성이 발표한 시범 프로그램 세부계획에 따르면 두 정부는 숨은 부채 위험을 억제하려고 자체 규정을 강화하고 일부 부채를 상환할 수 있도록 전환하는 방법을 모색하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앞서 광둥성정부가 소유한 광저우일보는 지난 1일 "광둥성 정부가 금융기관에 금융위험을 방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대출을 점검하고 숨은 부채 문제에 시의적절하게 대응할 것을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또 상하이 금융당국은 7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관내 11개 지역에 대해 "지역 관리들이 핵심 프로젝트를 더 감찰하고 숨은 부채 해결을 위해 시의적절하게 개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지방정부는 특정 인프라 시설을 건설할 때 LGFV(지방정부 자금조달기관)로 불리는 특수 법인을 만든 뒤 그 법인이 채권을 발행하는 식으로 자금을 조달하곤 한다.
실제로는 지방정부가 조달한 돈이지만 공식 대차대조표에 반영되지 않는 탓에 중앙정부의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이로 인해 음성 부채는 중국 경제의 '숨은 뇌관'으로 지목된다.
SCMP는 중국 정부가 그간 지방정부가 각자 부채를 스스로 해결하길 바랐고 LGFV 부채의 투명성을 높이려 했으나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작 부채가 투명하게 다 드러나면 재융자 기회가 제한되는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컨설팅업체 로디움그룹의 로건 라이트 분석가는 "부채 문제는 중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양쪽 모두에 언제나 의도적인 모호함이 있었다"며 "그 결과 외부에 공개되는 부채나, 심지어 중앙정부에 보고하는 부채의 규모를 줄이려고도 한다"고 꼬집었다.
중국사회과학원 산하 싱크탱크인 국가금융발전실험실(NIFD)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상하이시(59%)와 광둥성(72%)은 중국 31개 지방정부 중 가장 부채 비율이 낮다. 반면 톈진시는 부채비율이 220%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중국 톈펑증권의 쑨빈빈 분석가는 지난달 말 보고서에서 상하이와 광둥성의 숨은 부채 제거 프로그램이 어떻게 이행되는지 지켜볼 일이지만, 이 같은 계획이 다른 지방정부에서도 널리 받아들여질 것 같지는 않다고 봤다.
그는 "상하이와 광둥성의 경제력과 금융 역량은 매우 강하고 부채비율은 낮다. 그러나 다른 지역에서 이 계획을 채택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가금융발전실험실도 최근 보고서에서 부채비율이 높고 경제 전망이 어두운 중부나 서부지역에는 스스로 부채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SCMP는 이 보고서를 인용해 "지방정부의 부채가 악화하면 은행 위기, 더 나아가 구조적 위기를 촉발할 수밖에 없으며, 종국에는 중앙정부가 개입하겠지만 그 비용은 극도로 클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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