쏙 들어간 '일시적 고물가' 전망…물가, 경제 최대 암초로 부상

입력 2021-11-07 05:31  

쏙 들어간 '일시적 고물가' 전망…물가, 경제 최대 암초로 부상
농축산물·유가 등 공급측 요인에 위드 코로나 따른 수요측 요인 겹쳐
"고물가 상당 기간 지속…통화 긴축,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도"



(세종=연합뉴스) 박용주 기자 = 2%대 후반∼3%대 초반의 높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세와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 공급 사이드 압력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가운데 경제 활동이 재개되면서 수요측 압력이 급속히 커지며 나타나는 현상이다.
경기 회복이 미진한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에 떠밀려 통화 긴축까지 진행되면서 물가가 거시경제의 최대 암초로 부상하고 있다.

◇ 정부 "불확실성 크다"…한은 "고물가 예상보다 길어질 수도"
7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물가 전망을 바라보는 물가 당국의 시각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공급 측면에서 기인한 일시적인 고물가라는 분석이 점차 사라지는 대신 수요 측면 압박 요인이 강화된 상당 기간에 걸친 고물가라는 시각이 그 자리를 채워가는 추세다.
정부는 지난 8월까지만 해도 "농축수산물·석유류 등 공급측 요인이 물가상승을 주로 견인한다"는 입장이었다. 이런 분석은 공급 측면에서 발생한 일시적인 물가 상승 요인이 해소된다면 물가는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는 전망의 기반이었다.
하지만 점차 판단의 변화가 감지된다.
정부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2%까지 오른 10월에는 "11월에도 국제유가 상승세와 농축수산물ㆍ개인서비스 기저효과 등 상방 요인이 상존한다"고 표현했다. '일시적인 물가 상승'이란 문구는 없어졌다.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7%포인트나 끌어올린 지난해 통신비 지원 기저효과 중 0.6%포인트가 11월에는 소멸하는 데도 물가 상승률이 내려갈 것이란 표현 대신 '불확실성이 크다'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정부의 기획재정부와 함께 물가 당국을 형성하는 한은 역시 지난달 27일 '우리나라와 미국의 주요 물가 동인 점검' 보고서를 통해 물가를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고 있음을 시사했다.
한은은 이 보고서에서 글로벌 공급 병목 현상의 국내 파급과 방역체계 개편에 따른 수요 증대 등으로 높은 물가 오름세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이는 내년 상반기 정도로 예상했던 물가 안정 시점이 내년 하반기 이후로 미뤄질 수 있다는 해석으로 연결되고 있다.

◇ 위드 코로나에 미중 고물가도 한국 위협
이같은 입장 변화의 가장 큰 배경은 위드 코로나로 정책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방역 조치 완화다. 밤 10시 넘어 서울 시내에서 택시가 안 잡힌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상황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부가 상생소비지원금(신용카드 캐시백)과 소비쿠폰 등 소비 촉진책을 구사한 것도 물가 측면에서는 기름을 부은 격이다.
기술적으로 보면 지난해 11월에 농축수산물 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던 점, 코로나 4차 확산이 시작되면서 개인서비스 물가가 낮았던 점이 올해 11월에는 또 다른 기저효과로 작용하게 된다.
입법조사처는 최근 '물가 상방 리스크 요인의 주요 내용 및 쟁점'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의 빠른 회복은 유가 및 해상운임 등 물류비용 상승을 일으키고 있는 데다 공급 병목현상 등으로 물가는 더욱 상승할 수 있다"면서 "소규모 개방경제라는 우리나라의 특성 때문에 미국, 중국 등 주요국들의 물가 상승 압력이 국내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08년 이후 최고치인 5.4%를, 중국의 같은 달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25년 만에 최고치인 10.7%를 기록한 바 있다.



◇ "인플레이션, 거시경제·금융안정 위협 핵심 변수"
고물가에서 촉발되는 통화 긴축에 대한 경고도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민간부채 국면별 금리 인상의 거시경제적 영향' 보고서에서 "부채가 많은 시기에 금리를 인상하면 평상시보다 경제성장률이 더 큰 폭으로 떨어진다"면서 한은의 금리 인상에 경고등을 켰다.
직전까지 기획재정부 차관을 지낸 김용범 금융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최근 '팬데믹 이후 세계 경제와 금융의 과제'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포스트 코로나 경기 회복에 따른 일시적인 물가 상승이 아니라 상당히 장기간 물가 오름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에 따른 통화 긴축이 자산시장 불안정으로 이어져 경기를 위축시키고 스태그플레이션을 일으킬 수 있다"면서 "인플레이션이 향후 거시경제와 금융안정을 위협할 핵심 변위 요소가 되고 있다"고 지목했다.


spee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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