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일부 지역서 코알라 성병 감염 13년 새 8.5배 늘어
기후변화 따른 산불·기온상승 탓 감염에 더 취약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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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최근 기후 변화와 환경 파괴로 멸종 위기에 처한 호주의 코알라 사이에 치명적 성병이 확산해 종의 존속이 위협받고 있다고 미국 CNN방송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사이 호주 일부 지역에서 코알라에 치명적 성병인 클라미디아(Chlamydia)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시드니 대학 수의병리학과 교수인 마크 크로켄버그에 따르면 2008년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북동부 구네다 지역에서 클라미디아에 감염된 코알라 비율은 10%에 불과했다.
이 수치는 이후 7년 새 60%로 올랐고, 현재는 85%까지 높아졌다.
클라미디아는 주로 짝짓기 중 전파하는 감염병으로, 감염된 암컷은 죽거나 불임이 되는 경우가 많아 종의 보존에 악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질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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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구네다 뿐 아니라 호주 전역이 유사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드니 대학은 퀸즐랜드주, 뉴사우스웨일스주, 빅토리아주 본토에 서식하는 일부 코알라 대상으로 한 연구를 인용해 감염률이 100%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잦은 산불과 산림파괴로 서식지를 잃는 등 다양한 요인으로 멸종위기에 처해 있는 코알라의 위태로운 상황을 해당 질병이 더욱 악화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코알라는 이미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 목록 '취약' 단계로 등록된 멸종위기종이다. IUCN에 따르면 야생 코알라 개체 수는 10만∼50만 사이로 추정된다. 그러나 호주코알라재단은 실제 개체 수를 5만8천 마리 정도로 보고 있다.
여기에 최근 기후 변화 여파로 호주에서 잇따라 큰 산불이 발생하고 가뭄이 이어져 서식지가 줄면서 코알라 개체 수가 더욱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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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자연기금(WWF)에 따르면 2019년 호주에서 대형 산불로만 6만 마리 이상 코알라가 죽거나 연기흡입, 트라우마 등에 따른 후유증을 입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처럼 개체 수가 줄어든 상황에서는 원활한 번식이 종의 존속에 더욱 중요한데, 클라미디아가 더 확산하면 멸종 위험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호주 정부는 지난 7월 보고서에서 "높은 기온, 가뭄, 서식지 상실 등 위협적 여건에 노출된 코알라 무리에서 클라미디아가 더 빨리 확산한다"고 밝혔다.
호주 선샤인 코스트 대학 미생물학 교수인 피터 팀스는 "서식 환경 문제로 코알라의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높아지면 대개 감염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면서 "서식지 상실과 기후 변화의 결합은 코알라에게 만성적 스트레스를 주고 면역 체계를 약화시킨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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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은 클라미디아 백신에 희망을 걸고 있다.
백신 개발에 매진하는 호주 과학자들은 지난달 코알라 400마리를 대상으로 한 시험을 마쳤다.
백신 개발을 주도한 팀스 교수는 "백신이 감염을 완전히 막지는 못한다"면서도 "감염률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크로켄버거 교수는 "백신이 제대로 효력을 내지 못한다면, 지역에서 코알라가 멸종되는 위험한 사태를 무릅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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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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