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동예루살렘은 우리 수도…이스라엘에 반대할 권리 없어"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관련 업무를 관장하는 영사관을 예루살렘에 다시 열고자 하는 미국의 제안에 대한 반대 의사를 재확인했다.
대신 이스라엘은 미국 영사관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관할하는 요르단강 서안의 중심도시 라말라에 세우라고 제안했다.
7일(현지시간) 일간 하레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예루살렘에는 팔레스타인 업무를 관장하는 미국 영사관을 세울 곳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예루살렘은 이스라엘만의 수도"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집권 연정의 이인자이자 2023년 총리직을 승계하는 야이르 라피드 외무부 장관도 "라말라에 영사관을 개설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며 "하지만 예루살렘에 대한 영유권은 오직 한 나라, 이스라엘에만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PA는 이런 이스라엘 지도자들의 발언을 강력하게 반박했다.
PA 외무부는 7일 성명을 통해 "동예루살렘은 점령된 팔레스타인에서 분리할 수 없는 일부분이며 팔레스타인의 수도"라며 "점령자인 이스라엘이 미정부의 결정을 반대할 권리가 없다"고 말했다.
성명은 이어 미국의 예루살렘 영사관 재개관은 수십년간 이어져온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영토 점령을 종식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관여로 본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은 1967년 3차 중동전쟁을 계기로 유대교와 이슬람교, 기독교의 성지인 동예루살렘을 점령·병합한 예루살렘을 수도로 삼고 있다. 국제사회는 대체로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팔레스타인은 동예루살렘을 독립 국가를 설립할 경우 수도로 간주한다.
미국은 과거 예루살렘에 영사관을 두고 팔레스타인과 주요 외교 채널로 활용했다.
그러나 이-팔 분쟁에서 일방적으로 이스라엘을 편들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018년 현지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고, 영사관의 기능을 축소해 대사 관할하에 뒀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2개 국가로 평화롭게 공존하는 이른바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하는 조 바이든 행정부는 팔레스타인과 관계 격상 차원에서 예루살렘 영사관 재개관을 시도해왔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영사관 재개관 문제를 거론해온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도 "팔레스타인과 관계를 심화하기 위해 영사관 개설을 향해 나아갈 것"이라며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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