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딛고 뉴요커들 거리나와 응원…클린턴 가족도 동참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힘내자! 거의 다 왔어요."
일요일인 7일(현지시간) 낮 미국 뉴욕시 센트럴파크 내 도로에서는 시민들의 환호성과 격려의 외침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세계 최대 마라톤 대회로 꼽히는 뉴욕마라톤 참가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길가를 가득 메운 시민들의 외침이었습니다.
섭씨 10도 안팎의 쌀쌀한 날씨였지만 한 번 자리를 잡고 선 관객들은 좀처럼 떠날 생각을 하지 않고 역주하는 참가자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쉬지 않고 힘껏 소리를 질렀습니다.
결승선이 가까운 센트럴파크 동남쪽 지점에 서 있던 관객들은 힘겨운 표정이 역력하거나 점점 속도가 느려지는 마라토너들에게 "얼마 안 남았다", "거의 다 끝났다"라고 외치며 힘을 북돋웠습니다.
힘껏 달리던 한 남성 참가자가 갑자기 다리에 쥐가 난 듯 괴로운 표정으로 거의 멈춰서자 격려의 응원이 쏟아졌습니다. 이 참가자는 시민들의 함성에 힘을 낸 듯 아픈 다리를 절뚝이며 레이스를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한 시민이 가져온 음향장비에서 울려 퍼진 퀸의 '위 아 더 챔피언'은 마라톤 대회를 축제 분위기로 바꿔놓았습니다.
마라토너들에게 바치는 노래였겠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라는 길고 어두운 터널을 통과 중인 뉴요커 전체를 향한 메시지처럼 느껴진 것은 저만의 착각이었을까요.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취소됐던 뉴욕마라톤이 제대로 열린 것은 2년 만입니다.
50번째인 이번 대회는 아직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이 종식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 평소 참가 인원(5만 명)의 3분의 2 수준인 3만3천 명 규모로 치러졌고, 모든 참가자는 백신 접종 증명서나 48시간 이내 발급받은 음성 확인서를 제출해야 했습니다.
아쉬운 점은 관객들에게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권고했으나, 마스크를 쓰거나 옆 사람과의 거리두기에 신경 쓰는 시민은 거의 없었습니다.
세계적인 마라톤 선수들이 앞다퉈 출전한 가운데 마라톤과 무관한 유명 인사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미국 여자축구대표팀의 스타 애비 웜바크와 영국 록밴드 멈포드앤선즈 멤버인 마커스 멈포드, 미 프로풋볼(NFL) 뉴욕 자이언츠에서 활약했던 티키 바버 등이 현지 언론과 시민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얼마 전 입원 치료를 받았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부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이번 대회에 출전한 딸 첼시를 응원하러 센트럴파크를 직접 방문했습니다.
firstcir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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