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국가로서 국제기구와 협력 가능성 홍보 위한 결정"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과거 점령지 내 백신접종을 금지해 논란을 빚은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다시 잡은 이후에는 소아마비 퇴치를 위한 국제기구 활동을 허용했다.
국제사회에서 정상국가로 인정받기 위한 행보이자 국제기구 등의 의료 지원을 염두에 둔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8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탈레반이 임명한 과도정부 칼란다르 에바드 보건장관은 "소아마비는 우리 아이들을 죽이거나 영구적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질병인 만큼 이를 막기 위한 유일한 방법인 예방접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아프간 정부 결정에 따라 이날부터 나흘간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예방 접종팀이 전국의 5세 미만 어린이에게 소아마비 예방주사를 놓는다. 접종 목표는 1천만명이다.
국제기구의 대대적인 예방접종 활동으로 전 세계적으로 소아마비가 거의 퇴치됐으나,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은 여전히 많은 어린이가 소아마비로 고통받고 있다.
아프간에서도 2010년부터 소아마비 예방접종 활동이 이뤄졌으나, 탈레반이 자신들 점령지에서는 예방접종을 불허했다.
탈레반은 국제기구의 예방접종 인력이 자신들의 점령지에 들어오면 가가호호 방문해 정보를 수집하는 '스파이' 활동을 할 것으로 의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부 극단적 이슬람주의 세력은 예방접종을 '서방의 음모'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유니세프와 세계보건기구는 탈레반 지도부의 이번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탈레반이 재집권 후 전국적인 소아마비 퇴치 캠페인을 허가한 것은 자신들이 '정상국가'로서 국제기구와 협력할 수 있음을 홍보하기 위한 결정으로 평가됐다.
아프간은 탈레반 재집권 후 국제기구들의 원조가 줄줄이 중단되면서, 수도 카불 주민 등은 생필품 구매를 위해 가재도구를 내다 파는 상황이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아프간의 빈곤율이 2022년 중반까지 97%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탈레반 정부 인정을 두고 딜레마에 빠진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일단 인도주의적 지원은 이어가기로 입장을 정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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