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줄 잣대' 분상제 심사 기준 개편에 업계 '일단 긍정적'

입력 2021-11-08 16:30  

'고무줄 잣대' 분상제 심사 기준 개편에 업계 '일단 긍정적'
건설·분양업계, 방향성 환영하면서도 "끝까지 가봐야 안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둔촌주공 내년 2월 분양 순항할 듯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정부가 분양가상한제(분상제)가 적용되는 지역에서 심사 주체인 지방자치단체의 '고무줄 잣대'를 손질하면서 건설·분양 업계는 큰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동안 분양가 심사 과정에서 들쭉날쭉한 기준으로 지자체와 적잖은 갈등이 빚어왔는데 이번 조처로 이러한 문제가 일부 해결되고, 사업 예측성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그간 지자체마다 제각각이고, 다소 모호했던 분상제 심사 기준을 구체적으로 정리한 '분양가상한제 심사 매뉴얼' 등을 8일 전국 지자체와 민간업계에 배포했다.
국토부는 지난 3년간 95건의 분상제 심사자료를 분석해 택지비, 건축비, 가산비 등 3가지 항목별로 각각 심사 매뉴얼을 내놨다.
주택·건설업계는 그간 노형욱 장관과 몇 차례에 걸친 간담회를 통해 제기한 건의 사항이 이번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면서 반색했다.
한국주택협회와 대한주택건설협회는 이날 공동 입장문을 통해 "그동안 지자체마다 근거 없이 분양가를 임의 삭감하는 등 불합리한 관행에 의한 민간 주택공급 저해 요인이 상당히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분상제 적용 주택에 대한 분양가 심사 기준이 세부 항목별로 구체화 됨에 따라 사업 예측 가능성이 커지고 사업 계획의 원활한 수립·추진이 가능해졌다"며 "도심 내 양질의 아파트를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긍정 평가했다.



분양가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택지비(땅값) 항목에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이 조성한 택지를 사들여 주택을 짓는 경우 앞으로 택지비 선납 시에도 계약서상 공급가격과 기간 이자가 인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사업자가 LH 등의 공공기관에 택지비를 선납하면 비용을 일부 할인해주는데, 일부 지자체에서는 그간 선납으로 할인된 가격은 택지비로 인정해주지 않는 사례가 많았다"며 "이런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공공택지에 아파트를 많이 짓는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도 "그동안 일부 지자체에서는 분양가를 정해두고 그에 맞출 것을 종용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제는 합리적으로 분양가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건축비 산정에서도 지자체의 자의적인 판단이 배제된다. 건축비는 국토부가 매년 3월과 9월에 고시하는 기본형건축비에 지자체 심사를 통해 조정할 수 있는 가산비가 더해져 책정된다.
그러나 그간 지자체가 기본형 건축비를 마음대로 삭감하거나 가산 항목을 임의로 조정해 사업 주체와의 이견이 발생하고 사업이 지연되는 일이 비일비재했는데, 국토부는 앞으로 지자체가 별도 고시를 하지 않으면 기본형건축비를 임의 삭감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주택협회 관계자는 "분양가상한제 심사 기준의 기존 큰 틀은 변함이 없지만 지자체가 그간 관행적으로 재량권을 남용하거나 규정을 임의로 해석한 부분이 명확하게 구체화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가산비 인정 항목 중 지자체 심사로 조정이 가능한 항목의 경우 '공종별 권장 조정률'에 따라 10%포인트만 가감할 수 있게끔 제한하는 내용이 이번에 새로 등장했다.
가령 사업주체가 전기와 관련해 100만큼의 가산비를 인정해 달라고 요구했다면 권장조정률(86.2%)인 86.2로 가산비를 책정하되, 심사 과정에서 10%포인트 더하거나 뺄 수 있다는 뜻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그간 이런 기준 자체도 없어 지자체가 가격을 '후려치기'를 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며 "주먹구구식 재량권을 남용했던 관행이 앞으로 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분상제 개편을 환영하기에는 이르다는 유보적인 반응도 나온다.
또다른 대형 건설사의 한 임원은 "방향성에는 분명 긍정적 요소가 있으나 비용 인정 세분화 과정에서 분양가가 이전보다 낮아질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며 "끝까지 가봐야 안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번 심사 기준 구체화로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서울 아파트 분양이 본궤도에 오를 것인지도 관심이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으로 불리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둔촌올림픽파크 에비뉴포레) 아파트가 대표적이다. 이 단지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과 조합 집행부 교체 등이 맞물리며 분양이 계속해서 지연되고 있다.
둔촌주공과 같은 민간택지는 감정평가 방식으로 택지비를 책정한 뒤 한국부동산원의 적정성 검사를 통과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민간택지에서 개별입지의 특성을 고려하고, 실비용을 적정 반영하는 방향으로 택지비 항목이 개선되면 입지여건이 양호하고, 단지 규모가 1만2천가구에 달하는 둔촌 주공은 택지비를 더 많이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현철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장은 이날 분상제 개편 방안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서 "곧 이사회를 거쳐 택지비 감정을 신청하고, 내년 2월 일반분양 입주자모집공고를 내는 것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분양 물량(예정 물량 포함)은 1만4천521가구로 추산되는데, 이는 2010년(1만4천242가구)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이번 분상제 개편 방안으로 분양시장의 공급 가뭄이 얼마나 해소될지 주목된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심사 방식을 구체화해서 사업 주체의 분양가 예측이 용이해진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면서도 "규제 완화보다는 합리적인 심사 기준이 개편 취지인 만큼, 민간 공급이 얼마나 활성화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dfla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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