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피부색 넘어 저변 넓히는 김치…"미국 외진 곳 슈퍼마켓서도 김치 팔아"
심사위원장 CIA 마스터셰프 "김치는 용도 다양하고 풍미도 훌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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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파[미 캘리포니아주]=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장사하는 식당을 열어서 사람들한테 김치를 소개하고 싶다. 김치는 한국 것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다. 많은 사람이 중국 것으로 생각한다. 모든 이에게 김치를 맛볼 기회를 주고 싶다."
7일(현지시간) 세계적 와인 산지인 미국 캘리포니아의 나파에 있는 명문 요리학교 'CIA(Culinary Institute of America) 앳 코피아'에서 열린 제2회 김치 쿡오프(cook-off·요리 경연대회)에서 1등상을 수상한 칼로타 브래들리는 수상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대상 종가집이 후원하고 CIA와 광고대행사 SF애드가 공동주최해 열린 이 행사는 종가집의 김치 제품을 활용해 창의적이면서도 맛있고 보기에도 아름다운 김치 요리를 개발해 선보이는 경연대회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인 브래들리는 이날 김치와 볶음밥을 이용해 만들고 금박까지 얹은 '종 김 라이스 스택' 요리로 우승했다. 브래들리는 지금 자신이 사는 콜로라도에서 공부한 한국인 친구를 사귀면서 김치를 알게 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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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집에 오가며 친하게 지냈는데 처음 그 친구 집에 처음 갔을 때 김치와 돼지 삼겹살, 상추를 내온 것을 먹어보고는 '와 세상에. 정말 맛있다'고 느끼면서 김치를 접했다.
그는 '김치는 중국 음식'이란 주장에 대해 "김치는 중국어처럼 들리지도 않는다"면서 "이런 행사가 김치가 실은 한국 음식이라는 걸 알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가정폭력 피해자이기도 하다고 밝힌 브래들리는 "여자는 할 수 없다고 많은 사람이 말했다. (오늘 수상으로) 모든 여성에게 증명하고 싶다. '그렇다. 당신은 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올해 행사에는 미국 전역에서 320여명이 온라인으로 참가 신청을 했다. 온라인으로 레시피와 요리 사진·동영상 등을 살펴보는 예선 심사를 통과한 8명이 이날 결선에 출전해 김치를 이용한 요리로 솜씨를 겨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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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상은 입양인 출신의 한국계 미국인 브룩 지인 뉴매스터에게 돌아갔다.
지인 뉴매스터는 "한국 문화를 공유하는 것을 좋아한다"며 "오늘은 마치 김장날처럼 느껴졌다. 혼자는 할 수 없지만 함께 모여서 공동체와 함께하면 우리 자신보다 더 위대한 것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친구에게 초대받아 김장해본 적이 있다며 미국으로 돌아온 뒤에도 다른 친구들과 '김장데이'를 열어 계속해서 이를 퍼뜨리고 또 그들의 음식 전통을 배워서 그 요리들을 합쳤다고 했다.
지인 뉴매스터는 "오늘 김치와 다른 문화를 섞어서 (새 요리를) 만드는 것은 우리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음식을 통해 우정을 만들고 싶다는 것을 기념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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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A 뉴욕 캠퍼스에서 공부하는 학생 김민성씨는 3등상을 수상했다.
이날 대회에는 또 텍사스에 잘 알려진 남미 음식과 한국 음식의 장점을 살린 샐러드 소스로 김치 요리를 만든 백인 남성 크리스토퍼 에드워드, 1회 대회 때 결선에 진출했지만 우승하지 못한 남자 친구의 아쉬움을 풀기 위해 출전한 베트남계인 응우옌 트린, 지난해 새크라멘토에서 우승자가 나온 전통을 잇겠다며 나온 찰리 부 등이 참여했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CIA의 인증 마스터셰프 브래드 반스는 "김치는 용도가 매우 다양하다. 훌륭한 풍미 특성이 있다"면서 "열무김치, 배추김치가 있고 또 다른 유형의 김치가 있다. 이 모든 게 다채로운 방식으로 다른 메뉴에 쓰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다만 "많은 미국의 요리사가 김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그래서 요리에 이를 통합해 김치가 두드러져 보이게 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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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미국 PBS에서 방영된 김치와 한국 문화에 대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김치 크로니클'을 진행하는 등 '김치 전도사'로 활동하는 한국계 미국인 마자 반거리션도 이날 3명의 심사위원 중 1명으로 참석했다.
반거리션은 "김치는 과학과 건강을 바탕으로 한 음식이다. 몸을 보살피는 건강을 위한 음식"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미국에서 김치를 먹는 사람이 늘고 있느냐'는 질문에 "물론이다"라며 "몇 주 전 미시간의 외진 지역에 갔는데 아시아인, 히스패닉, 흑인이 없는 곳이었다. 그런데 슈퍼마켓에 김치가 있더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내가 사는 뉴욕에선 모든 사람이 다 김치를 안다"며 "전 세계가 김치뿐 아니라 녹색 문화(green culture)를 소중히 여기고 이해하는 것 같다. 진작 그랬어야 했다"고 말했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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