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백한 약탈"…미 세계 반도체자료 확보에 불편한 중국

입력 2021-11-09 10:43  

"명백한 약탈"…미 세계 반도체자료 확보에 불편한 중국
미국 확보 자료, 대중 반도체 '정밀 타격' 활용될까 우려
첨단 반도체 대거 의존하는 대만 TSMC 자료 제출에 특히 민감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미국 정부가 '병목 현상 해소'를 명분으로 내세워 대만 TSMC와 한국 삼성전자 등 세계 주요 반도체 업체들로부터 경영 현황 자료를 제출받은 가운데 중국에서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화웨이(華爲) 제재가 단적으로 보여줬듯이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아킬레스건'을 집요하게 때리는 가운데 미국이 새로 확보한 자료를 향후 대중 반도체 제재를 강화하는 데 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는 9일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자료 확보 소식을 전한 기사에서 "미국은 세계 반도체 위기를 명분으로 내세워 반도체 관련 기업으로부터 기밀 데이터를 강탈했다"며 "미국은 이번에 실질적으로 명백한 약탈을 했다"고 비난했다.
중국에서는 미국이 이 자료를 향후 대중 반도체 제재 확대에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중국 측에서 특히 민감하게 여기는 것은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사인 대만 TSMC의 고객 정보가 미국의 손에 들어가는 것이다.
앞서 미국 정부는 지난 9월 말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 일반적인 것에서부터 반도체 재고와 주문, 판매, 고객사 정보 등 민감한 정보에 이르기까지 26개 항목의 설문을 제시하며 8일(현지시간)까지 답하라고 요구했다.
TSMC와 삼성전자 등 대부분 반도체 기업들이 고객 정보 등 민감한 내용을 빼고 자료를 낸 것으로 알려졌지만 중국의 불안은 잦아들지 않는 모습이다.
'星海**'라는 아이디를 쓰는 누리꾼은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서 "미국이 이를 통해 중국의 대외 반도체 의존도를 기본적으로 파악하고 정밀 타격을 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이처럼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그만큼 미국의 반도체 압박에 따른 부담이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
세계 최대 통신장비 업체로 5세대 이동통신(5G) 분야를 선도하며 삼성전자와 더불어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를 다투던 화웨이가 미국의 반도체 제재에 따른 충격으로 생사의 갈림길로 내몰린 것은 미국의 반도체 제재가 갖는 가공할 파괴력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중국은 반도체를 외국에 크게 의존한다.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의존도가 매우 크고, 첨단 시스템 반도체 역시 TSMC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작년 중국의 반도체 수입은 전년보다 14% 증가한 3천800억 달러(약 448조원)에 달했다. 이는 작년 중국의 전체 수입액 중 약 18%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화웨이, 알리바바 등 중국의 대형 기술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서버용 CPU, AI칩, 스마트폰용 시스템온칩(SoC) 등 여러 반도체 설계 기술을 발전시켜나가고 있지만 최첨단 미세공정 반도체 제품을 실제로 생산하는 것은 TSMC나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부문이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 회사인 SMIC(中芯國際·중신궈지)는 첨단 미세공정의 문턱으로 여겨지는 14㎚ 공정 제품 양산을 이제 막 시작하고 있는 단계여서 중국 내 반도체 설계 회사들이 최첨단 반도체 생산을 맡길 수가 없다.
다만 미국이 확보한 자료로는 당장 중국 기업들의 반도체 수급 현황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중국이 과민 반응을 보인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이 요구한 자료에는 각 반도체 제품별 모든 고객 명단이 아니라 상위 3개 고객사 명단인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미국의 추가 자료 제출 압박 가능성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TSMC와 삼성전자 등이 고객 정보를 가장 민감한 자료로 간주해 아직 미국에 제출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들 회사의 고객 상위 3개사 중 중국 회사가 포함됐을 가능성은 작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중국이 가장 우려하는 TSMC의 경우 작년 매출 중 62%가 북미 시장에서, 17%가 중국 시장에서 발생했다.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TSMC의 자료 제출을 둘러싸고 중국 측에서 추측이 나오는 것은 기술 전쟁을 벌여온 중국과 미국 간 긴장으로 인한 불신을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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