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총리도 '사면' 서한 보내고 영 외교장관도 '개입' 요청받아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싱가포르 당국의 말레이시아인 마약 밀수범 사형 집행 방침을 놓고 싱가포르 안팎이 시끌시끌하다.
마약 밀수범의 지능이 낮은 만큼, 사형 집행은 온당치 않다는 주장이 커지면서 국제적 논란이 인 것이다.
9일 일간 스트레이츠 타임스 및 외신에 따르면 전날 싱가포르 고등법원은 오는 10일로 예정된 말레이시아인 나겐트란 K 다르말린감(33)에 대한 사형 집행을 유예했다.
사형 집행 유예가 얼마간 지속될지는 확실하지 않다.
나겐트란의 변호인은 대법원 격인 항소 법원의 결정이 있을 때까지라고 전했다.
항소법원 심리는 이날 오후 열릴 것으로 알려졌다.
나겐트란은 21세이던 지난 2009년 4월 허벅지에 헤로인 42g가량을 감은 채 몰래 들여오려다 국경 검문소에서 체포됐고 이듬해 고등법원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최근 사형 집행일이 다가오면서 이 문제는 국제적 이슈가 됐다.
특히 싱가포르 교정당국이 지난달 말레이시아에 있는 나겐트란의 모친에게 보낸 사형집행 통보 서한이 온라인에 올라온 것이 직접적 계기가 됐다.
이후 그를 사면해달라는 청원 운동이 벌어져 6만4천명 이상이 서명했다고 스트레이츠 타임스는 전했다.
청원은 나겐트란이 협박을 당해 마약 밀수 범죄에 악용됐고, 지능지수(IQ)가 69로 낮은 만큼 사형을 당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부패나 위법 행위에 대한 강력한 처벌로 정평이 나 있는 싱가포르는 마약 밀매를 포함해 살인, 유괴, 무기 사용 등의 범죄를 저지른 이들을 상대로 사형을 선고해 오고 있다.
이스마일 사브리 야콥 말레이시아 총리는 최근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에게 서한을 보내 나겐트란에 대한 사형 집행을 유예하고, 사면을 다시 요청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나겐트란에 대해서는 지난해 사면 청원이 이뤄졌지만 기각됐다.
국제 인권단체들도 그에 대한 사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영국 인권운동가들은 동남아를 순방하는 리즈 트러스 영국 외교부 장관이 이 문제에 개입할 것을 촉구했다고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가 보도했다.
트러스 장관은 일주일 일정으로 싱가포르 인접국인 말레이시아와 태국, 인도네시아를 방문한다.
나겐트란은 자신의 정신 연령이 18세 이하라면서, 지능이 낮은 이를 사형에 처하는 것은 비인도적 처벌로 국제관습법에 의해 금지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또 싱가포르 교정 당국도 지능이 낮은 죄수를 사형에 처하지 않는다는 '내부 방침'이 있다고도 주장했다고 스트레이츠 타임스는 전했다.
그러나 싱가포르 정부는 나겐트란이 지능이 낮아 범죄에 이용됐다는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사형을 선고했던 고등법원의 시 키 운 판사는 전날 언론에 나겐트란이 지능이 낮다는 주장에 신뢰할 만한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시 판사는 정신 연령과 관련된 주장은 변호인의 의견에 기반한 것이며, 그는 의료적 전문지식도 없을뿐더러 나겐트란을 직접 만난 것은 지난 2일에 26분간 면담한 것이 전부라고 주장했다.
과거 이 재판을 맡았던 항소 법원도 나겐트란이 마약 운반이 불법이라는 것을 알았고, 그래서 마약을 허벅지에 감아 숨기려고 했으며 바지도 큰 수치를 입었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그가 빚을 갚으려 범행을 저질렀으며, 마약 운반에 성공할 경우 추가로 돈을 받기를 바랐다고 덧붙였다.
sout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