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구팀 "코로나19 침투경로 자극하는 혈중 단백질 증가가 원인"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노인층과 당뇨병·고혈압 같은 기저질환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매우 취약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중증 또는 사망 위험이 높아지는 이유와 그 메커니즘은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 연구팀이 노인층과 기저질환자가 코로나19에 걸릴 경우 혈액 내 양이 증가하면서 중증 또는 사망 위험을 높이는 역할을 하는 혈중 단백질을 발견했다.
미국 브라운대 잭 A. 일라이어스 교수팀은 8일(현지시간) 의학저널 'JCI 인사이트'(JCI Insight)에서 노인층과 당뇨·고혈압·비만·대사증후군·심혈관 질환·만성 폐질환 등 기저질환자가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더 높고 중증·사망 위험이 큰 이유를 보여주는 세포·분자 수준의 기제를 찾아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연구 결과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복잡한 작용 메커니즘에 관한 중요한 의문에 해답을 제공할 뿐 아니라 이 바이러스 감염을 통제하는 약품 개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팀은 지난 수년간 자체적으로 연구해온 혈액 내 키틴분해효소(chitinase)와 그 유사 단백질인 'CHI3L1'(chitinase 3-like-1)이 코로나19 감염, 증상과 관련있을 것으로 보고 연구에 착수했다.
키틴분해효소와 그 유사 단백질 CHI3L1은 부상이나 염증이 발생 시 활성화되는 경로에서 중요하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들 단백질은 감염 시, 특히 코로나19 위험 인자로 꼽히는 폐기종이나 천식, 만성 폐색성 폐질환처럼 염증을 수반하는 질환이 있을 때 혈중 농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CHI3L1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체 침투 시 이용하는 '앤지오텐신 전환효소 2'(ACE2) 수용체의 관계에 주목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표면에 돌출된 스파이크 단백질 부분을 ACE2 수용체에 결합하면서 인체 세포에 침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CHI3L1이 과다발현된 쥐와 과소발현된 쥐의 폐를 이용해 CHI3L1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침투에 관여하는 단백질들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조사하고, 사람 폐상피세포에 대한 CHI3L1의 작용도 분석했다.
그 결과 CHI3L1은 나이 많거나 기저질환 또는 감염이 있을 때 혈중 농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ACE2 수용체를 강력하게 자극해 활성화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이어 CHI3L1의 중요한 영역을 공격하는 인간 단일클론 항체(FRG)를 개발해 적용한 결과 이 항체가 ACE2 수용체의 유도를 강력하게 차단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현재 델타 변이 등 다양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FRG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연구하고 있다.
일라이어스 교수는 "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나 이들과 접촉한 사람에게 FRG 항체를 투여하면 증상을 완화하거나 감염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발견이 감염에서 보호하는 치료법 개발에 길을 열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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