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이 숨겨놓고 잘 찾는 박새 공간 기억력은 "유전"

입력 2021-11-10 15:47  

먹이 숨겨놓고 잘 찾는 박새 공간 기억력은 "유전"
북미 흰눈썹 박새로 조류 공간 기억력과 유전자 관계 첫 입증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참새목의 작은 조류인 박새는 몸길이가 평균 15㎝에 불과하지만 먹이를 저장했던 곳을 찾아내는 뛰어난 공간 기억력을 갖고있는데, 이는 유전적 요소가 작용한 것이라는 점이 처음으로 입증됐다.
인간과 포유류가 유전자에 기반을 둔 공간 기억력을 가진 것은 밝혀졌지만 조류에서 직접적인 증거가 확인된 적은 없다.
미국 코넬대학교에 따르면 네바다대학교 생물학 교수 블라디미르 프라보수도프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북미 서부 산악지대에 서식하는 '흰눈썹 박새'(Mountain Chickadee)의 유전자 기반 공간 기억력을 입증하는 연구 결과를 생물학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발표했다.
흰눈썹 박새는 가을에 먹이를 수천 곳에 숨겨두고 이를 찾아 먹으며 혹독한 겨울을 난다.
연구팀은 캘리포니아주 시에라 네바다 산맥에 서식하는 흰눈썹 박새의 공간기억력을 측정하기 위해
'스마트' 먹이공급 장치를 고안했다.
이 장치는 무선인식(RFID) 센서를 통해 시험대상이 된 42마리의 박새 중 특정 개체에만 먹이공급창을 열어 먹이를 먹게 한다. 박새 다리에는 쌀알 크기의 RFID 태그를 달아 개체를 식별할 수 있게 했다.
각 열에는 8개의 먹이공급 장치를 설치하고 박새는 이 중 한 곳에서만 먹이를 얻을 수 있게 했다.
연구팀은 이 장치를 통해 흰눈썹 박새가 먹이를 얻을 수 있는 곳을 일관되게 찾아갈 때까지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는지 관찰했다.

<YNAPHOTO path='AKR20211110123900009_03_i.gif' id='AKR20211110123900009_0601' title='스마트 먹이공급 장치 앞의 박새 ' caption='(서울=연합뉴스) 스마트 먹이공급 장치에는 무선인식(RFID) 센서가 설치돼 흰눈썹 박새의 발목에 채운 태그가 일치할 때만 먹이공급 장치의 문이 열리게 설계됐다. 박새는 8개의 먹이공급 장치 중 한 곳에서만 먹이를 얻을 수 있게 했으며 태그와 맞는 장치를 찾아가는 과정에서의 시행착오를 통해 공간 학습과 기억력을 시험했다. 2021.11.10. [Vladimir Pravosudov, University of Nevada 제공 동영상 일부 캡처. 이 기사에 한정해 사용]'/>

논문 책임저자인 브라보수도프 교수는 "이 장치는 박새의 공간 학습과 기억력을 시험할 수 있는 효과적인 시스템"이라면서 "(공간 학습과 기억력은) 아주 작은 차이라도 생존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앞선 연구를 통해 드러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공간 학습과 기억력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얻은 개체와 그렇지 못한 개체의 게놈을 비교해 유전자 차이를 분석했다.
그 결과, 공간 기억력과 관련된 수백 가지 차이가 드러났는데 주로 두뇌에서 학습과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와 신경세포 발달과 관련된 부분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 제1저자인 코넬대 조류실험실의 캐리 브랜치 연구원은 "공간 기억력이 없으면 학습도 없고 모든 일을 백지상태에서 시작해야 한다"면서 "새들에게 먹이를 숨겨놓은 곳을 기억할 수 있는지는 생사가 걸린 일로, 이번 연구는 자연선택이 새들의 공간 기억력을 결정한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했다.
eomn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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