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당사국들 직접 논의로 해결해야"…메르켈 "이주민 도구화 안돼"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대행이 10일(현지시간) 전화 통화를 하고 벨라루스-폴란드 국경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난민 사태를 논의했다고 크렘린궁이 10일(현지시간) 밝혔다.
크렘린궁은 보도문에서 "벨라루스와 유럽연합(EU) 회원국들 국경에서 벌어지는 난민 사태가 상세히 논의됐다"면서 "난민 위기의 인도주의적 결과에 대한 우려가 표명됐다"고 전했다.
이어 "푸틴 대통령은 발생한 문제들을 논의하기 위한 EU 회원국들과 벨라루스 대표들 간의 직접 대화 채널을 구축할 것을 제안했다"고 소개했다.
반면 메르켈 총리 대행은 "벨라루스 정부가 이주민들을 도구화하는 것은 비인도적이고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하고, 푸틴 대통령이 이번 사태에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독일 총리실을 인용해 타스 통신이 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벨라루스-폴란드 국경 난민 사태와 관련 "러시아가 이 상황에 책임이 있다는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의 발언은 전적으로 무책임하고 용납될 수 없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벨라루스 이민당국은 이 문제에서 아주 책임 있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면서 "만일 폴란드가 벨라루스와의 국경을 폐쇄하면, 이는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앞서 인테르팍스 통신은 벨라루스 측이 난민 위기를 계속해 악화시킬 경우 폴란드 정부는 벨라루스와의 무역 및 교류 중단, 국경 전면 폐쇄 등의 강경 조처를 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폴란드 언론을 인용해 전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 벨라루스는 EU 회원국인 폴란드, 리투아니아 등과 접경한 자국 서부와 서북부 지역의 방공부대 전력을 강화했다고 벨라루스 국방부가 밝혔다.
블라디미르 마케이 벨라루스 외무장관은 폴란드가 난민 입국 저지를 위해 벨라루스 국경으로 1만5천 명에 달하는 군대를 배치한 것은 규정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마케이 장관은 이날 모스크바에서 열린 러-벨라루스 외무부 간부회의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난민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벨라루스-폴란드 국경 지역 난민 위기는 벨라루스에 체류해 오던 중동 지역 출신 난민 수천 명이 지난 8일 폴란드 국경 지역으로 몰려들어 국경을 넘으려 시도하면서 고조됐다. 국경 지역에 모인 난민 수는 2천~5천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난민들은 국경 근처에 텐트를 설치하고 월경을 막는 폴란드 보안요원들과 대치하고 있으나, 영하로 떨어진 날씨에 방한 채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식수나 식량마저 부족해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난민들 가운데 수십 명은 10일 새벽 철조망을 뚫고 폴란드로 진입했으나 이후 모두 체포됐다고 폴란드 라디오방송 '벨라스톡'이 전했다.
최근 몇 개월 동안 벨라루스를 통해 폴란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등의 EU 국가로 입국을 시도하는 난민은 계속해 증가해 왔다.
벨라루스에는 현재 이라크,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탈출한 난민 1만4천 명 정도가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폴란드는 벨라루스 정부가 이들을 폴란드 쪽으로 밀어내려 한다고 주장하면서 군을 배치해 유입을 막고 있다.
EU도 벨라루스가 자국을 겨냥한 EU 제재에 보복하려고, 난민들의 유럽행을 방조하거나 고의로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지난해 대선 부정 의혹으로 서방의 비난을 사고 있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앞서 서방 제재로 벨라루스는 난민 유입을 억제할 자금도 여력도 없다면서 EU가 난민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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