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빨리 올리면 경기하방 요인…기준금리 11월 인상 가능성에 시기상조론
물가상승, 공급요인에 따른 일시적 현상…가계대출 총량 점진적으로 줄여야
(세종=연합뉴스) 박용주 김다혜 기자 =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국가채무의 가파른 증가세에 경고등을 켰다.
정치권에서 진행되는 추가 지원금 논란에 대해선 '선별 지원' 원칙을 고수했다.
경기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입장도 제시했다.
◇ "국가채무 증가 속도 지나치게 빨라선 안 돼"
KDI는 11일 '하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이런 정책방향을 제시했다.
KDI는 "최근 정부가 경기 회복 가능성을 반영해 재정수입 예측치를 상향 조정하면서 중기 재정 계획상의 재정적자와 국가채무 증가세는 소폭 하향 조정됐지만, 총지출과 총수입의 격차가 큰 폭으로 유지되고 있다"며 "가파른 국가채무 증가세가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 역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올해 47.3%를 기록한 데 이어 ▲ 내년 50.2% ▲ 2023년 53.1% ▲ 2024년 56.1% ▲ 2025년 58.8% 등으로 가파른 상승 곡선을 예상하고 있다.
KDI는 이런 전망을 토대로 "중장기적으로 구조적인 재정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채무의 가파른 증가세를 적극적으로 통제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사전 브리핑에서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빠른 고령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저탄소로 산업구조 변화가 예정돼 국가채무가 빠른 속도로 느는 것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 증가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서는 안 된다"며 "재정 준칙 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활발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전반적 지원보다 취약계층 선별 지원해야"
KDI는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올해와 비교해 확장 기조의 강도는 약화했으나 여전히 확장적으로 편성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신속한 백신 보급이 이뤄지고 방역 조치도 완화되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내년도 재정정책은 경기부양보다 피해 계층에 대한 선별적 지원과 경제구조 전환 등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최근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추가 지원금에 대한 질문에 정규철 실장은 "경기 회복이 진행되고 있으므로 전반적인 지원보다 취약계층에 선별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답변했다.
재난지원금이나 방역지원금 등 이름으로 거론되는 광범위한 지원금보다는 소상공인 등 피해 계층에 대한 선별 지원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발언은 정부 측 입장과 맥락을 같이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반대하느냐는 질문에 "재정을 맡은 입장에서는 그런 모든 제안들이 결코 쉽진 않다"고 답변했다.
그는 "10조, 25조, 50조 등 지원금이나 (소상공인) 손실보상과 관련해 제기되는 내용이 꼭 필요한지, 재원 측면에서 뒷받침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점검과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가 언급한 10조원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전국민 방역지원금 재원을, 25조원은 같은 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50조원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소상공인 손실보상금 지급 공약 재원을 각각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 "11월 금리 올리면 상당히 빠른 속도"
3%대를 넘어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일시적인 공급 측 요인에 따른 물가 상승'으로 규정하고 "인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이달로 예상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우려를 표명했다.
KDI는 "가파른 금리 인상이 경기 회복을 지나치게 제약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면서 "통화정책을 물가 상승세에 맞춰 점진적으로 정상화해야 한다"고 했다.
정규철 실장은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봤을 때 한국이 (금리 인상을) 조금 일찍 시작했고, 11월에 올리게 된다면 속도도 다른 국가에 비해 상당히 빠르다고 평가할 수 있다"면서 "통화정책을 너무 빨리 시행하게 된다면 오히려 경기 하방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대출 총량규제 점진적으로…코로나19 예외 조치 정상화해야"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규제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KDI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올해 5∼6%)가 최근 실제 증가율에 비해 크게 낮고 총량규제 시행이 사전에 충분히 소통되지 않아 일부 수요자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계대출 총량을 단기간에 빠르게 줄이기보다 중장기 부채관리 로드맵을 마련하고 자본규제를 강화해 점진적이고 지속적으로 안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 대출도 가계대출 못지않은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증가세를 관리하고 이자 지급유예 등 예외 조치는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예외적으로 도입한 조치를 점진적으로 정상화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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