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식 톨레랑스…파리 동성애 나이트클럽, 공적자금으로 회생

입력 2021-11-11 10:18  

프랑스식 톨레랑스…파리 동성애 나이트클럽, 공적자금으로 회생
파리시의회, 폐업 위기 '르 탕고' 지원에 91억원 투입
은행·원전 등 점유해온 공적자금 획기적 용처변경 주목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프랑스 파리의 유명한 성 소수자(LGBT) 전용 나이트클럽이 공적자금의 지원을 받아 폐업을 면했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파리시의회는 경영난으로 인해 업종 전환 위기에 처한 나이트클럽 '르 탕고'(Le Tango)를 시 자금 670만 유로(약 91억원)를 들여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시의회 관계자는 "당국의 개입 없이는 '르 탕고'가 슈퍼마켓으로 변할 것이라는 우려 속에 내려진 이번 결정은 파리의 '문화적 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리 LGBT의 중심지로 꼽히는 센강 우안 마레 지구에 위치한 '르 탕고'는 1997년 한 동성애 활동가가 건물주와 손잡고 문을 연 뒤 다양한 춤과 음악을 접할 수 있는 사교 명소로 입소문이 난 덕분에 성 소수자는 물론 호기심 많은 이성애자의 발길이 이어지며 성업해왔다.
이 클럽이 입주한 건물은 18세기에는 카바레(식당이나 클럽에서 저녁에 공연하는 쇼), 19세기에는 아코디언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무도장, 20세기에는 카리브풍의 디스코텍으로 사용돼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도 지니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영업을 하지 못한 탓에 빚이 쌓이자 '르 탕고'의 공동 창립자이자 클럽이 입주한 건물의 주인은 아파트 8채가 함께 들어선 해당 건물을 통으로 시장에 내놨다.
이후 이 건물을 슈퍼마켓으로 바꾸려는 구상을 포함해 여러 건의 매입 제안이 몰리자 파리시는 발 빠른 선취매에 나섰다.
파리시는 건물에 입주해 있던 아파트는 공영주택으로 바꾸고, '르 탕고'에는 LGBT 클럽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을 조건으로 대폭 할인된 임대료를 제시하기로 했다.


좌파는 물론 야당인 우파 시의원까지 광범위한 지지를 얻은 파리시의 이번 결정은 마레 지구의 급속한 상업화에 대한 논란과 맞물린 것이라고 더타임스는 지적했다.
1980년대 이후 성 소수자 공동체의 중심지이자 파리의 문화적 다양성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던 마레 지구는 부동산 가격 폭등과 숙박시설 등의 확산 속에 최근 관광지역으로 급속히 변모하고 있다.
한편, 더타임스는 은행, 완성차 제작사, 원자력 발전소 운영사 등에 투입되던 공적자금이 성 소수자 나이트클럽을 살리는 데 쓰이는 것은 사상 처음이라고 전했다.
ykhyun1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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