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몽' 명분 아래 1인 중심 장기집권 정지작업…내년 당대회 분수령
6중전회 공보, 習 업적 장황하게 기술…"中 국제적 영향력 뚜렷이 확대"
(베이징=연합뉴스) 김윤구 김진방 특파원 = 중국 공산당이 40년 만에 채택한 역사 결의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1인 중심 통치체제가 한층 더 공고해질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공산당 제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19기 6중 전회) 마지막 날인 11일 '당의 100년 분투의 중대 성취와 역사 경험에 관한 중공 중앙의 결의'(역사 결의)가 채택됐다.
중국 공산당이 '역사 결의'를 채택한 것은 100년 역사상 3번째이며 1981년 이후 처음이다. 회의 전부터 시 주석이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의 반열에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역사 결의' 전문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회의 결과를 집약한 공보는 시 주석에게 다른 어느 지도자보다 많은 분량을 할애했다.
시 주석의 이름은 18차례 등장하는데 마오쩌둥(7차례)과 덩샤오핑(5차례)을 합친 것보다 많다. 시 주석 이전의 최고 지도자였던 후진타오와 장쩌민의 이름은 1차례씩만 언급됐다.
공보는 중국 공산당의 업적을 주로 칭송하면서 과오에 대해서는 추상적으로만 언급했다.
이번 회의 내용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것은 시 주석의 '당 핵심' 지위를 강조하며 그의 권위를 더욱 확립하는 내용이다.
공보는 "당이 시진핑 동지의 당 중앙 핵심, 당 핵심 지위,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의 지도적 지위를 확립한 것은 전 당과 전 군과 전 인민의 공통된 염원을 반영한 것으로, 신시대 당과 국가사업 발전,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역사 추진에 결정적인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신중국 성립 100주년인 2049년에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몽'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위해 시 주석의 장기집권의 정당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회의는 제20차 당 대회가 내년 하반기 베이징에서 열린다면서 "당과 국가에 중대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내년 가을 제20차 당 대회에서 예정된 시 주석의 3연임 결정을 당과 국가에 중대 사건으로 규정한 것이다.
1945년과 1981년의 2차례 역사 결의 채택 역시 당내의 중대한 변화를 알리고 각각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의 권력을 굳건히 하는 수단이었다.
이번 6중 전회는 시 주석이 당 중앙의 핵심이라면서 집중통일 영도를 강조했다.
문일현 중국정법대 교수는 "시진핑 1인 통치체제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마무리됐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내년 20차 당대회 이후 중국공산당은 집단지도체제가 아닌 집중통일지도체제로 운용되고 새로운 지도체제는 핵심인 시 주석이 통치한다는 것을 강하게 시사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결국 덩샤오핑 시대 이래 이어져 온 최고지도부 구성원들의 집단지도체제가 형해화하고, 시진핑 1인 리더십이 강화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공보에서 시 주석이 지난 9년간 이룬 업적을 장황하게 기술한 점은 이런 예상을 뒷받침한다.
우선, 시 주석 집권 후 중국이 반부패 투쟁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또 경제력과 과학기술 능력, 종합 국력이 새로운 단계로 도약했다고 강조했다.
홍콩과 대만 문제에서의 성과도 강조했다. '애국자가 통치하는 홍콩'이라는 원칙을 걸고 홍콩의 혼란한 상황에 중대한 전환을 이뤘으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하면서 대만 독립과 외부 세력 간섭에 단호하게 반대했다고 기술했다.
무엇보다 중국의 국제적 영향력이 뚜렷이 확대됐다면서 중국 인민이 일어서고, 부유해지고, 강해지는 위대한 도약을 맞이했음을 세계에 알렸다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공보는 앞으로의 방향도 제시했다.
개혁개방 심화와 함께 시 주석이 새롭게 제시한 '공동 부유'를 촉진한다는 점을 명시했다. 또 과학기술의 자립자강, 전과정 인민민주 발전, 국방현대화 등도 제시했는데 시 주석이 미국과 전략적 경쟁 속에서 강조해온 지향들이다.
공보는 이에 앞서 공산당 초기 혁명투쟁기부터 공산당의 100년 역사를 정리했다.
마오쩌둥 시기에 대해서는 "당의 영도로 사회주의 혁명과 건설의 위대한 성취를 이뤘으며 중화민족 유사 이래 가장 광범위하고 깊은 사회 변혁을 실현했다"고 평가했다.
또 인민해방군이 강대해져 옛 중국의 굴욕적인 외교를 완전히 끝냈다고 밝혔다.
덩샤오핑이 이끈 개혁개방 시기에는 "신중국 건설 이후 정반(正反) 양면의 경험을 깊이 있고 새롭게 결산했다"고 말했다.
이는 마오쩌둥의 오점인 문화대혁명(1966∼1976)을 지적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공산당은 1981년 '건국 이래 당의 약간의 역사 문제에 관한 결의'에서 문화대혁명을 "건국 이래 가장 심각한 좌절과 손실"로 평가한 바 있다.
공보는 덩샤오핑을 주요 대표로 하는 당원들이 덩샤오핑 이론을 창시하고 실사구시(實事求是)를 추구하며, 개혁개방을 실행하는 역사적 결정을 내렸다고 썼다.
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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