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계환 기자 =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연중 최대 할인 행사인 '11·11 쇼핑축제(雙11·쌍십일)'도 전 세계적인 공급망 혼란으로 타격을 받았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쌍십일은 그간 블랙프라이데이·사이버먼데이보다 많은 매출을 기록하는 등 급성장세를 보여왔지만, 올해는 공급망 혼란과 원자재 가격 상승, 반도체 부족, 중국 내 전력난 등으로 인해 물품 조달이 예년처럼 원활하지 않아 참여 업체들이 애를 먹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생산비용 상승으로 물품 가격 인상 요인이 생겼지만, 매출 확보를 위해 가격을 인상하지 못하고 대신 할인율을 예년보다 적게 책정하는 경우도 많아 쌍십일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았다고 저널은 전했다.
알리바바는 재고 확충과 전세기 투입 등을 통해 공급망 혼란으로 힘들어하는 상인들을 지원했으나, 제품 공급 차질은 곳곳에서 확인됐다.
알리바바의 대표 플랫폼 타오바오와 중국 제2의 전자상거래 기업인 징둥(京東·JD닷컴)은 최신 애플과 화웨이 스마트폰 배송에 4주 정도 걸릴 것이라면서 이는 반도체 등 부품 부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내 전력난으로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소비재 업체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해 생산 차질 속에 가격 인상 압박을 받고 있지만, 매출 감소 우려로 섣불리 가격 인상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가전업체에 납품되는 철과 구리 가격은 올해 들어 40% 정도 올랐으며, 의류업체에 들어가는 실과 털실의 가격도 30% 상승했다.
지난달 중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작년 동기보다 13.5% 올라 통계 집계가 시작된 1996년 이후 25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베이징 인근의 한 수건 제조업체는 면과 다른 섬유 가격이 지난 9월 이후에만 50%나 급등했다면서 매출 확보를 위해 이익감소를 감수하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전자상거래 컨설팅업체인 WPIC의 최고경영자(CEO)인 제이컵 쿡은 공급 제한과 수익률 압박 때문에 올해 쌍십일에 참여한 업체들이 예년보다 적은 할인율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널은 이번 쌍십일에서 일어난 일은 연말 쇼핑 성수기를 앞둔 세계 각국에서 나타날 일들을 미리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과거 한때 '싱글의 날'이라는 뜻의 '광군제'(光棍節)로도 불렸던 쌍십일 쇼핑축제는 2009년 11월 11일 알리바바가 처음 시작해 올해 13회째를 맞았다.
신경보(新京報) 등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올해 쌍십일 행사 기간 알리바바 플랫폼에서 이뤄진 거래액은 5천403억 위안(약 99조9천억원)에 달했다.
이는 쌍십일 쇼핑 축제가 시작된 이후 최대 수준이지만 작년 대비 성장률은 8.4%로 전년의 85.6%보다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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