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협약 설계자들·유엔 사무총장 "국제사회, 해마다 목표 점검해야"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2015년 파리기후협약을 설계했던 기후변화 관련 전문가들이 11일(현지시간)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 당사국총회'(COP26)에서 논의되는 기후변화 대응 목표치가 기온 상승을 억제하기에 부족하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특히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 따라 5년마다 점검하도록 돼 있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해마다 수정하도록 COP26에서 각국이 합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국이 현행 NDC 목표치를 달성한다 해도, 이번 세기 말이면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의 평균기온이 2.4도 상승할 거라는 기후단체 등의 분석을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COP26의 평균기온 상승 억제 목표치 1.5도를 크게 뛰어넘는 수치다.
크리스티나 피게레스 전 UNFCCC 사무총장은 이날 영국 일간 가디언에 해마다 NDC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논의를 위해 5년이나 더 기다릴 수는 없다"며 "다가올 10년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는 지금 절박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파리협약은 최신 연구 결과를 반영해 조항을 개선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덧붙였다.
2015년 파리협약의 조문을 작성한 전 프랑스 외교관 로랑스 루비아나는 분석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 요구량과 각국의 NDC 목표치 사이에 격차가 크다면서 "내년뿐 아니라 2023년에도 (NDC 논의를 위해 각국이) 다시 모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2015년 파리협약 당시 프랑스 외무 장관을 지난 로랑 파비위스 역시 가디언에 "현재 상황을 보면 COP26의 목표치는 더 강화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이날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COP26의 성과에 대해 의심어린 시선을 보냈다.
그는 "COP26에서 큰 폭의 탄소 감축 목표치가 설정되지 않는다면, 세계 지도자들은 2023년에 다시 모여 새로운 협약을 해야 할 것"이라며 "아마 (이번 COP26에서)그런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구의 온도 상승을 1.5도로 억제하겠다는 목표는 아직 달성할 수는 있지만 간신히 생명 유지장치를 달고 있는 수준"이라고도 지적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구렁텅이에 빠지기 일보직전에 있는 사람이라면 너무 먼 미래를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바로 다음 걸음을 어디로 내디딜지가 중요하다. 첫발을 잘못 딛는다면, 두 번째, 세 번째는 기회조차 없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기후 변화'라는 용어를 '기후 비상'(climate emergency)으로 바꿔 불러야 한다는 시민단체의 주장에 대해 "내가 느끼기에는 분명히 '기후 비상'"이라고 동의했다.
가디언은 각국 정부가 이번 COP26에서 NDC 목표치를 강화할 확률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COP26 의장국 영국이 내놓은 초안에는 내년에 NDC 목표치 강화를 위한 회담을 다시 열기로 한 내용이 담겨 있다.
COP26에서는 산업화 이전 시기 대비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을 1.5도로 억제하자는 목표치가 거론되고 있다. 현재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1.1도 오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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