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M+뮤지엄 개관…아이웨이웨이 문제작은 빠져

입력 2021-11-12 16:31  

홍콩 M+뮤지엄 개관…아이웨이웨이 문제작은 빠져
톈안먼 민주화시위 부상자 '펭귄'으로 그린 작품은 전시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12일 개관한 홍콩 컨템포러리 비주얼 문화 전시장 'M+ 뮤지엄'이 논란이 된 중국 반체제 예술가 아이웨이웨이(艾未未)의 '원근법 연구'는 결국 전시하지 않았다.
홍콩 명보 등에 따르면 이날 개관한 M+ 뮤지엄에는 아이웨이웨이의 '화이트워싱'과 '장안 거리'는 전시됐지만 '원근법 연구'는 공개되지 않았다.
'원근법 연구'는 텐안먼(天安門), 백악관 등을 멀리 배경으로 놓고 가운뎃손가락(심한 욕과 같은 의미)을 올려 노골적으로 권력을 조롱한 원근법 프로젝트 사진 시리즈다.
M+뮤지엄은 스위스 수집가로부터 기증받은 아이웨이웨이의 작품 20여점을 홈페이지에 소개하고 있지만, '원근법 연구'에 대해서는 "현재 정부가 검토하고 있다"며 홈페이지에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앞서 홍콩 친중 진영에서는 M+ 뮤지엄 개관을 앞두고 아이웨이웨이를 비롯한 반체제 인사의 작품이나 국가안보를 해칠 위험이 있는 작품의 전시를 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아이웨이웨이가 톈안먼 광장을 가운뎃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는 사진을 문제 삼았다.
이에 대해 M+ 뮤지엄 측은 개관 기자회견에서 "모든 전시작품은 홍콩 기본법과 홍콩국가보안법에 부합해야한다"면서도 "'원근법 연구' 시리즈는 20여개의 작품으로 구성된 만큼 이들을 한데 모아 전시하는 게 낫다고 판단해 개관 기념 전시에서는 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온전한 전시를 위해 '원근법 연구' 시리즈의 다른 작품도 구매할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았다.
아이웨이웨이는 명보에 "M+ 뮤지엄 측이 '원근법 연구'의 모든 시리즈를 전시하는 게 낫다고 한 말은 비교적 공정하며 앞으로 전시를 하지 않겠다고는 말하지 않아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M+ 뮤지엄은 개관 전시에서 '화이트워싱'과 '장안 거리'를 전시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며 "이는 좋은 신호라고 느껴지며 M+ 뮤지엄이 아직은 정치를 우선시하지 않고 전문성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개관 전시에서 화제가 되는 또 하나의 작품은 톈안먼 민주화시위 부상자들을 펭귄으로 치환해 묘사한 그림이다.
'뉴 베이징'이라는 제목의 해당 그림은 1989년 6월 4일 톈안먼 민주화시위 당시 부상한 학생들을 사람들이 자전거에 싣고 병원으로 달려가던 모습을 찍은 홍콩 작가 루이헝싱의 사진작품을 바탕으로 중국 화가 왕싱웨이가 그렸다. 다만 그림에서 부상한 학생들은 부상한 펭귄으로 바뀌었다.
명보는 루이헝싱의 사진작품도 M+ 뮤지엄에 기증됐지만 사진은 전시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미술관 이상의 미술관'이라는 뜻으로 M+ 뮤지엄이라는 이름을 얻은 이 전시장은 홍콩이 세계 문화 허브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으로 15년간 준비해 개관했다.
카오룽반도에 약 2만평 면적으로 조성됐으며, 33개의 갤러리와 3개의 극장, 미디어테크, 리서치센터, 레스토랑, 바 등을 갖추고 있다.
개관 전시에서는 우선 선별된 1천500여 작품이 전시된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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