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담비율·납부기간 그대로…인니는 최대 방산 우방협력국"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강은호 방위사업청장이 인도네시아와 한국형 전투기(KF-21·인니는 IF-X로 표기) 공동개발 분담금 재협상 타결 결과에 대해 120% 만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공동개발 의지를 명확히 하고, 인도네시아 국방부도 연체금 8천억원 납부를 위한 예산을 신청했다고 밝힌 데 대한 평가다.
강 청장은 12일 자카르타에서 연합뉴스 특파원과 만나 전날 인도네시아 국방부와 서명한 합의문 성과와 의미를 소개하며 적잖은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분담 비율과 납부 기간 모두 그대로 유지됐다"며 "상호 윈-윈하는 결정이라는 점에서 120% 만족한다"고 말했다.
양국은 2015년부터 2028년까지 8조8천억원의 사업비를 공동 부담해 4.5세대급 전투기를 연구개발 중이다.
이 사업은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해외 공동연구개발 사업으로 꼽힌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자국의 개발 분담금 비율을 기존 20%에서 5% 축소해달라며 재협상을 요구, 2년 반 동안 협상이 진행됐다.
그동안 인도네시아의 연체금은 8천억원으로 늘었다.
강 청장은 이달 10∼11일 자카르타로 날아와 6차 실무협상 끝에 인도네시아의 분담금(1조7천억원)은 그대로 유지하되, 30%(5천100억원)를 현물로 납부받기로 최종 합의를 성사시켰다.
강 청장은 인도네시아가 90년대까지만 해도 항공 분야에서 한국을 앞섰고, 공동개발 사업에 투입된 기술진의 역량이 훌륭하며, 노동 집약 부문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음에 주목했다.
올해 8월 말 한국에 들어온 KF-21 공동개발 인도네시아 기술진 32명 가운데 14명은 생산라인에서, 17명은 디자인과 설비 교육을 받고 있다.
강 청장은 KF-21 생산에 들어갈 일정 부분은 인도네시아에서 만들어 쓰려 한다며 인도네시아인 기술진을 확실히 교육해 향후 IF-X를 직접 운영 정비할 수 있도록 협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청장은 특히 인도네시아와 KF-21 공동개발 사업이 무산될 수 있다는 그간의 우려에 대해 "시간이 필요했을 뿐, 무산될 것이라고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인도네시아를 '최대 방산 우방협력국'이라고 칭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한 기본 훈련기 KT-1과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 경공격기 FA-50, 대우조선해양의 잠수함을 구매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는 최근 T-50 6대 추가 구매계약도 맺었다.
강 청장은 "양국은 방산 협력에 있어서 오랜 기간 깊은 신뢰를 쌓았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조코위 대통령, 양국 정상 간의 신뢰도 깊기에 KF-21 문제가 반드시 해결될 것으로 확신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헤린드라 국방차관은 지난 10일 강 청장을 면담하면서 조코위 대통령의 공동 개발 의지를 거듭 전했다.
지난 4월 경남 사천에서 열린 KF-21 시제기 출고식에 조코위 대통령이 "양국의 30년, 40년을 내다보고 하는 사업"이라는 동영상을 보내고 프라보워 수비안토 국방장관을 참석시키면서 방향을 명확히 정했다고 한다.
인도네시아 국방부는 연체금 8천억원과 관련해 "재무부에 예산승인을 요청하고 처리를 기다리는 중이니 조금만 인내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작년부터 코로나 사태에 대부분 예산을 투입해 빠듯한 상태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현물 납부할 품목과 기술이전 사항은 세부 논의가 앞으로 진행될 예정이지만, 분담 비율 등 굵직한 조건은 이번에 정리가 됐다.
강 청장은 프라보워 장관의 마음을 사로잡은 비법을 묻자 "나는 정치를 하러 온 게 아니다"라며 솔직한 태도로 말하고, 인도네시아인 기술진을 교육해주겠다고 약속한 점이 통했던 것 같다고 답했다.
프라보워는 지난 두 차례 대선에 출마했던 야당 총수로, 조코위 대통령이 정권 안정을 위해 2019년 10월 국방장관으로 '깜짝 발탁'한 인물이다.
그는 장관 취임 후 KF-21 재협상을 원점으로 돌리고, 수많은 나라를 방문하면서도 한국 방문만 거절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프라보워 장관이 강 청장과 박태성 대사, 정연수 국방무관과 여러 차례 만남을 통해 우호적인 태도 변화를 보이고, 4월에 한국에서 열린 시제기 출고식에 다녀온 뒤 공동개발에 재시동을 걸었다.
방사청 최초의 내부 승진자인 강 청장은 "가장 큰 숙제가 풀렸다. 도와준 모든 분께 감사하다"며 "KF-21 양국 공동개발이 계획한 시간표대로 이뤄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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