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12일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일본은 TPP11으로 호칭)의 높은 규칙 수준을 유지해 자유롭고 공정한 경제질서 구축에 공헌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외무성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이날 저녁 화상 방식으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연설을 통해 "CPTPP는 불공정한 무역관행이나 경제적 위압과는 양립하지 않는 21세기형 '룰'(규칙)을 규정한 협정"이라며 중국과 대만이 가입 경쟁을 벌이는 이 협정의 성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다른 참가국과 연대해 시장 접근과 규칙의 양면에서 CPTPP의 '하이 스탠더드'(높은 수준)를 유지해 이 지역의 자유롭고 공정한 경제질서 구축에 계속 공헌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표현이나 문맥상으로 볼 때 중국을 직접 거명하지 않았지만 중국의 CPTPP 가입에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CPTPP를 사실상 주도해온 일본 정부는 중국의 가입 문제가 부상할 때마다 높은 수준의 시장 접근과 규칙 정비가 신규 가입 협상의 전제조건이라며 달갑지 않은 반응을 보여왔는데, 지난달 4일 취임한 기시다 총리도 화상으로 처음 참여한 APEC 정상회의에서 그런 입장을 답습한 셈이다.
일본은 중국의 CPTPP 가입에는 부정적이지만 대만 참여에는 지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애초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서 출발한 CPTPP 회원국을 늘리는 문제를 놓고는 미국이 중도 이탈하고 지난 9월 중국과 대만이 함께 가입을 신청하면서 복잡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일본을 포함한 CPTPP 현 가맹 11개국 전체가 APEC 회원국이고, CPTPP 가입은 기존 회원국이 모두 찬성해야 승인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전날 APEC 최고경영자(CEO) 회의 온라인 기조연설에서 "협상 과정에서 계속 외국(인) 투자 진입 네거티브 리스트를 압축하고, 법에 입각해 국내 기업과 외자기업에 동등한 대우를 하겠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또 이날 APEC 정상회의 연설에선 "지역경제 일체화를 추진하고 하루빨리 높은 수준의 아·태 자유무역지구를 만들어야 한다"며 CPTPP 가입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한편 기시다 총리는 APEC 회원국들을 상대로 원유가격 상승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증산 등을 통해 국제 원유시장을 안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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