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CDC에 '브리핑 중단·지침 변경' 등 압력사례 공개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 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심각성을 숨기기 위해 백악관 등 고위 당국자들이 질병통제예방센터(CDC)를 압박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코로나19 대응과정을 조사하는 미 하원의 특별소위는 12일(현지시간)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가 CDC에 압력을 행사했다고 증언한 관계자들의 녹취록 자료를 공개했다고 정치전문매체 더힐 등이 보도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CDC 고위 관료인 낸시 메소니어는 미국의 발병 초창기인 작년 2월 25일 코로나19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미국에도 바이러스 확산이 불가피하다는 내용의 언론 브리핑을 했다.
당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코로나19를 독감처럼 여기라며 큰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위험성을 경시하는 태도를 보이던 시점이었다.
메소니어의 브리핑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화나게 했고, 트럼프 행정부는 CDC 당국자의 언론 브리핑 승인을 중단해 버렸다.
이후 백악관은 언론 브리핑을 비롯해 전염병 대유행 대응 업무를 도맡았고, CDC는 미국에 코로나19가 대유행으로 번지던 3월 초부터 6월까지 브리핑을 하지 못했다.
백악관이 느끼기에 전염병 대유행에 관한 부정적 정보가 담겼다고 보는 내용을 공개하지 못하도록 하는 노력도 있었다고 한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은 CDC가 발간하는 '질병 발병·사망률 주간보고서'(MMWR) 내용이 백악관의 낙관적 메시지와 일치하도록 하려는 시도도 했다.
MMWA 편집자인 크리스틴 케이시는 보건복지부 당국자로부터 이 보고서의 발간을 중단하도록 요구한 이메일을 삭제하라는 지시를 받기도 했다.
스콧 아틀라스 전 백악관 의학고문은 CDC의 검사 지침을 무리하게 바꾸는 데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CDC는 작년 8월 24일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과 최소한 15분간 긴밀히 접촉했더라도 증상이 없다면 꼭 검사받을 필요는 없다"는 개정 지침을 웹사이트에 올렸다.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 조정관이던 데버라 벅스는 검사 건수 자체를 줄이고 싶어 한 아틀라스가 이 변경의 선봉에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벅스는 지침이 변경된 뒤 9월 초까지 검사 건수가 극적으로 감소했다며 "이는 초기 지역사회 감염 확산의 주된 요인인 무증상자들에 대해 덜 공격적인 검사로 귀결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지침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됐고, CDC는 결국 한 달도 못 돼 감염자와 밀접 접촉한 사람은 모두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다시 지침을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도 백악관 고위 인사들의 반대가 있었다고 벅스는 전했다.
작년 3월 육로 국경을 무단으로 넘은 코로나19 발병국 입국자를 즉시 추방토록 한 '타이틀 42' 적용 지침이 공중보건 평가에 기초한 것이 아니었다는 진술도 나왔다.
앤 슈차트 전 CDC 부국장은 CDC 당국자들이 이 결정을 지지하지 않았고 '타이틀 42' 적용을 위한 공중보건상 근거를 거의 발견하지 못했다고 의회에 진술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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