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직무유기 vs 파리협정 살렸다…새 기후합의에 실망·안도

입력 2021-11-14 10:34   수정 2021-11-14 11:09

역사적 직무유기 vs 파리협정 살렸다…새 기후합의에 실망·안도
어정쩡한 석탄퇴출 도마…유엔총장 "기후참사 재촉"
그린피스 "약하다"…국제사회 원로들 '멀었다' 탄식
일부 진전엔 안도…미·영·EU '합의 끌어낸 게 어디냐'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약 200개 참가국이 진통 끝에 만장일치로 '글래스고 기후협약'을 채택했지만, 곳곳에서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다.
석탄 발전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겠다는 이번 합의 내용만으로는 지구의 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보다 섭씨 1.5도로 억제하겠다는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인도 등 주요 탄소 배출국의 항의 속에 석탄 사용과 관련한 합의문 속 '단계적 철폐'라는 문구가 '단계적 감축'으로 수정된 데 대한 비난이 많았다.

◇ "기후참사 재촉한다" 유엔·환경단체·섬나라들 실망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13일(현지시간) 마무리된 COP26에 대해 "연약한 지구가 한 가닥 실에 매달려 있다"며 "우리는 여전히 기후 참사의 문을 노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날 합의에 대해 "(원칙을 굽힌) 타협안이다. 세계 각국의 이해관계, 모순, 정치적 의지 등이 반영됐다. 중요한 발걸음을 내딛긴 했다. 하지만 정치적인 의지를 모은 것만으로는 크나큰 모순을 해결하기 역부족"이라고 덧붙였다.
제니퍼 모건 그린피스 사무총장도 합의안에 대해 "순하고 약해 빠졌다. 기온 상승 1.5도 제한 목표치만 간신히 살아남았다"고 했다. 그는 다만 "'석탄 시대'의 종말이라는 신호는 보낼 수 있었다. 그 자체로는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스웨덴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트위터에서 이날 합의에 대해 "요약해줌: 어쩌고저쩌고(Blah, blah, blah)"라고 짤막한 한 줄 혹평을 남겼다.
그러면서 "진짜 할 일은 이제 회의장 밖에서 계속된다. 우리는 절대,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퇴임 국제 원로 지도자들의 모임인 '디 엘더스'(The Elders)의 메리 로빈슨 전 아일랜드 총리도 "협약은 어느 정도의 진전을 보이긴 했지만, 기후 재앙을 피할 수 있는 곳에는 근처도 가지 못했다"며 "역사적인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기후변화로 수몰 위기에 몰린 섬나라 몰디브의 아미나스 쇼나 환경기후변화기술부 장관은 "파리 협약에 따라 1.5도 이내로 온도 상승을 억제하려면, 98개월 이내에 전 세계의 탄소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며 "1.5도와 2도의 차이는 우리에겐 사형선고와 같다"고 더 강력한 대책을 요구했다.
◇ "배출대국 인도가 노골적 방해" 분노 목소리
막판 합의문 변경을 주도한 인도를 향한 비판도 많았다.
시모네타 좀마루가 스위스 환경부장관은 "(막판의) 변경 때문에 1.5도 억제 목표 달성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다.
환경단체 기후행동추적(Climate Action Tracker) 소속인 호주의 기후 과학자 빌 해어는 "인도는 늘 방해꾼이었지만, 이렇게 공개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또 처음 본다"고 했다.

그러나 문구 수정을 주도한 인도의 부펜데르 야다브 환경 장관은 "개발도상국들은 책임감 있게 화석연료를 사용할 권리가 있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선진국들의 지속 불가능한 생활 방식, 낭비하는 소비 습관이 지구 온난화를 불러왔다"고 책임을 돌렸다.
다만 세계자원연구소(WRI)의 헬렌 마운트포드 부회장은 "인도의 이런 요구에 대해 특별히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며 "더 저렴한 재생에너지 개발로 석탄은 점차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석탄은 죽었다. 석탄은 단계적으로 철폐되고 있다"고 밝혔다.

◇ 일부 진전에 안도감…의장국 영국 "큰 한 걸음을 뗐다"
이날 합의의 긍정적인 면을 부각하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실제로 이번 합의에 따라 빈곤 국가에 대한 재정 지원책이나, 배출권 거래 등에 대한 문제가 개선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나온다.
또한 대규모 탄소 배출국들은 이날 합의에 따라 바로 내년에 더 강화된 감축 계획안을 다시 제출하게 됐다.
COP26 의장국인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는 "큰 한 걸음을 뗐다"며 "앞으로 몇 년간 할 일이 산더미지만 석탄 사용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지구의 기온 상승을 1.5도로 억제하기로 하는 최초의 국제 합의가 이뤄졌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유럽연합(EU)의 행정부인 유럽 집행위원회는 성명에서 '2015 파리 기후협약'이 유지됐다며 "기온 상승 폭을 1.5도 미만으로 억제할 기회가 열렸다"고 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또 "저개발·취약 국가를 위한 선진국들의 기금 모금에 있어서는 진전을 이뤘다"며 "그러나 쉴 틈이 없다. 아직도 할 일이 쌓여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존 케리 기후특사는 "기후 혼란을 피하고, 깨끗한 공기와 안전한 물, 더 건강한 지구를 위해 이만큼이나 진전된 결과를 낸 적은 사실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파리 협약에서 경기장이 지어졌다면, 글래스고에서 대회가 열렸고, 오늘은 그 경기의 출발 총성이 울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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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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