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매체 "치솟는 생활비 탓 농촌 출산율 빠르게 저하"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인구 대국' 중국도 인구 감소 위기에 처한 가운데 과거 높은 출산율을 보였던 농촌지역에서도 출산을 회피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4일 보도했다.
신문은 "과거에는 중국 농촌지역의 높은 출산율이 도시 지역의 낮은 출산율을 상쇄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렇지 않다"며 "교육비와 주택비를 포함한 생활비가 치솟으면서 신세대 농촌출신 도시 이주노동자들이 아이 낳기를 꺼리고 있다"고 전했다.
1979년 장시성의 외딴 지역에서 태어난 량두 씨는 1남6녀 중 막내이자 외동아들이다.
그 당시만 해도 시골에서는 자식부자, 특히 아들 부자가 많은 복을 받는 것으로 인식됐다. 그는 누나들의 도움으로 대학교육을 받았고 심지어 누나들이 아파트를 사는 데도 지원해줬다.
그러나 40여년이 흐른 지금 량씨의 조카들의 생각은 매우 다르다.
량씨의 성인이 된 조카 9명은 현재 모두 결혼이나 교육을 이유로 도시 등 더 큰 지역으로 이주했는데, 양육비 부담으로 그중 4명은 자녀를 둘만 낳았고 5명은 한명만 낳았다.
량씨는 "만약 더 많은 자녀를 원한다면 도시로 떠나면서 자녀들은 고향에 남겨둬야한다"며 "하지만 농촌지역 젊은 세대 대부분은 자신들처럼 자식들이 부모와 떨어져 고향에 남겨지는 고통을 감수하게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더 많이 벌려고 도시로 떠나지만 도시의 생활비를 감당할 수 없어 자녀들은 고향에 두고 와야하는 농촌 출신 노동자들의 비애를 설명한 것이다.
SCMP는 "1970년대 말에는 중국 인구의 17%가 도시에 거주했고 당시 여성 1명당 약 3명의 자녀를 출산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중국 인구의 60% 이상이 도시에 거주하고 있고 출산율은 1.3%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인구통계학자 황원정은 SCMP에 "중국이 발전하면서 도시에서 많은 시간을 생활하게 된 농촌 젊은이들은 가족 계획에 대해 도시 젊은이들과 유사한 고민을 하게 됐다"며 "중국 농촌에서조차 출산 의향은 한국이나 일본보다도 낮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출산장려책이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지방정부 관리들은 현재 코로나19 방역과 탄소배출 저감 등에 집중하느라 인구 성장 문제는 뒷전으로 밀어놓았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후커우(戶口)라 불리는 중국의 호적 제도도 농촌 출신 이주노동자의 출산에 걸림돌이 된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후커우를 통해 대도시 인구 규모를 관리하고 있다.
베이징과 상하이 등 인구 억제 정책이 강한 인구 2천만 이상의 초거대 도시에서는 원칙적으로 현지 후커우를 가진 사람만 아파트 등 주택을 살 수 있다.
이로 인해 도시에서 일하지만, 도시의 후커우에 등록되지 않은 이주노동자들은 현지에서 양육 등 공공 서비스를 완전히 누릴 수 없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국 인구의 약 64%가 도시에 거주하지만 45%만이 도시 후커우에 등록돼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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