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국가 책임론' 고수…막판까지 버텨 석탄 '중단→감축' 관철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주요 탄소 배출국인 인도가 13일(현지시간) 마무리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개발도상국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대변하며 기후 변화와 관련한 '부자 국가 책임론'을 거듭 거론했다.
14일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부펜데르 야다브 인도 환경부 장관은 전날 COP26에서 "개도국에는 화석 연료를 책임 있게 사용할 자격이 있다"고 강조했다.
야다브 장관은 기후 변화에 대한 역사적 책임이 거의 없는 나라들은 세계 탄소 공급량에서 공정한 몫을 가질 권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선진국은 지금까지 싼 에너지를 토대로 대기 오염을 일으키며 경제 성장을 했던 만큼 이제 막 경제를 일으키려는 개도국을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양 몰아가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도의 연간 탄소 배출량은 7억1천400만t으로 중국(27억7천700t)과 미국(14억4천200만t) 다음으로 많지만, 1850년대까지 범위를 넓혀 보면 인도의 온실가스 누적 배출량은 전체의 4∼5%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야다브 장관은 부자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에 더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자 국가들의 지속 불가능한 생활 방식, 낭비하는 소비 형태가 지구 온난화를 불러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로이터통신에 우리는 개도국과 기후 정의를 위해 타당한 합의를 이루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야다브 장관은 지난 10월 27일에도 넷제로(Net Zero, 온실가스 순배출량 '0') 목표 설정은 기후 변화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대신 부자 국가 책임론을 거론했다.
그는 당시에도 부자 국가들이 탄소 배출과 개발도상국 및 기후 변화 취약국의 이익 보호와 관련해 역사적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다브 장관은 이 같은 논리를 토대로 이번 COP26에서도 합의 수위를 완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중국 등의 지원 속에 그는 막판까지 표현 수정을 요구했고 결국 합의문의 석탄발전 '중단'은 '감축'으로 바뀌었다.
그는 "COP26 회의 과정에서 석유나 천연가스에 대해서는 중단 요구가 없었고 석탄만 지목됐다"며 우리는 개도국의 목소리를 대변했다고 말했다.
인도가 이처럼 석탄발전 사수에 강경한 입장을 보인 것은 석탄발전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높아 급격한 비중 축소가 어렵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인도 정부 통계에 따르면 석탄발전은 올해 8월 기준으로 인도 전체 전력 생산의 52%를 맡고 있다.
이 때문에 인도의 석탄 매장량은 세계 4위지만 수요가 워낙 많아 세계 2위에 달할 정도로 수입도 많이 한다.
다만, 인도는 점진적으로 석탄 에너지 비중을 줄여나갈 방침이다.
인도는 지난해 38% 수준인 재생 에너지 비중을 2030년 50%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며 2030년까지 비화석에너지로 500GW의 전력을 확보할 예정이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지난 1일 COP26 연설에서 인도는 207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시간표를 제시했다.
인도의 이런 탄소 중립 목표 시기는 미국, 영국, 유럽연합(이상 2050년)이나 중국, 사우디아라비아(2060년) 등에 비해 상당히 늦은 편이다.
coo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