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비행기로 불법이주 시도…비상착륙 후 도주한 모로코인들

입력 2021-11-14 18:40  

이젠 비행기로 불법이주 시도…비상착륙 후 도주한 모로코인들
아픈 척 연기…모로코→터키행 여객기 스페인 마요르카섬 착륙
절반은 공항 인근에서 체포했으나 나머지 절반은 행방 묘연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모로코 카사블랑카에서 출발해 터키 이스탄불을 향하던 에어 아라비아 모로코 여객기가 지난 5일 오후 스페인령 마요르카섬에 비상 착륙했다.
이륙 6시간 만에 모로코 국적의 탑승객이 발작 증세를 보여서다. 이 탑승객은 마요르카 팔마에 있는 손 산후안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사이 20명이 넘는 남성 탑승객 무리가 담배를 피우고 싶다며 밖에 나가게 해달라고 승무원과 실랑이를 벌였고, 몸싸움 끝에 결국 비행기를 빠져나갔다.
팔레스타인 국적 1명을 제외하고 모두 모로코 국적으로 알려진 이들은 활주로를 질주해 울타리를 넘어 공항 밖으로 도망쳤다. 그 여파로 공항은 약 3시간 동안 폐쇄됐고 약 30편의 항공편이 중단됐다.
스페인 당국은 몇 시간 뒤 달아난 탑승객 무리 중 12명을 공항 인근에서 붙잡았다. 나머지 12명은 여전히 도주 중이며 그중 최소 2명은 페리를 타고 바르셀로나로 향했다.
이상 증세를 호소해 비행기를 멈춰 세운 탑승객도 병원에서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검사 결과를 받고 나서 체포됐다.
영국 BBC 방송은 이번 사건이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불법 이주하는 선례를 남겼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아프리카에서 유럽에 들어가려는 불법 이주 시도는 보트를 타고 지중해를 넘어 스페인 본토로 가거나, 대서양을 건너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를 향하는 경로에서 이뤄져 왔다.
작은 보트를 타고 바다를 건너 유럽에 가려면 '브로커'에게 적지 않은 돈을 쥐여줘야 할 뿐만 아니라 목숨까지도 걸어야 하는 위험천만한 시도다. 지난해에만 1천700명이 숨졌다.
이와 달리 비행기를 타고 유럽으로 불법 이주를 시도하면 비행기 푯값으로 200유로(약 27만 원) 정도만 있으면 되고, 보트를 탔을 때보다 더 안전할 수 있다.
스페인 정부는 "이번 사건이 단 한 번만 예외적으로 발생한 일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팔마 주재 모로코 영사도 "일회성 사건"이라고 선을 그었다.
스페인 당국은 탈출을 시도한 거의 모든 탑승객이 화물칸에 짐을 싣지 않았다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처음부터 계획된 작전이라고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아울러 지난 7월, 마치 이번 사건을 계획한 듯한 글을 올린 페이스북 계정을 들여다보고 있다.
모로코인 수천 명이 팔로우하는 이 계정은 터키로 향하는 여객기가 스페인 상공을 지날 때 꾀병을 부리면 비행기를 멈춰 세울 수 있다는 글을 올려놨다.
runr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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