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폴란드, 벨라루스 난민 사태엔 협력…사법개혁 등엔 대립
난민사태 나토 긴급회의 신청 시 또 다른 갈등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최수호 기자 = 유럽연합(EU) 내 서방 국가들과 문화적 충돌을 빚어온 '이단아' 폴란드가 벨라루스 난민 사태로 러시아 등과 갈등을 빚으면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고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현재 폴란드와 벨라루스 국경에서는 유럽으로 향하려는 대규모 중동 이주민을 두고 일촉즉발의 긴장이 감돌고 있다.
폴란드와 벨라루스 접경지에 설치된 임시 캠프에는 유럽행을 원하는 이주민 수천 명이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폴란드 정부는 지난 8일 군인 등을 동원해 벨라루스에서 국경을 넘어 역내로 진입하려던 이주민 수백 명을 차단하기도 했다.
폴란드와 서방 국가들은 벨라루스가 유럽에 타격을 주고자 이주자들의 유럽행을 기획했으며, 그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하고 있다.
실제 러시아는 이번 문제를 두고 서방의 비난이 거세지자 벨라루스 영공에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전략 폭격기를 투입하기도 했다.
난민사태 긴박해지고 폴란드가 밀려드는 난민으로부터 서유럽을 방어하는 역할을 하게 되자 그동안 사법개혁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어온 EU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미국 등이 일제히 폴란드를 지지하고 나섰다.
EU가 하나가 돼 폴란드를 지지하는 것은 그동안 양측이 문화적 충돌과 사법개혁 등을 놓고 사안마다 충돌해온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모습이다.
지난달 EU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는 우파 민족주의 성향의 폴란드 집권당 '법과 정의당'(PiS)이 추진하는 사법 개혁에 제동을 걸었다. 이런 조치가 오히려 사법부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이를 어길시 하루 100만 유로(약 13억6천만원)의 벌금을 내도록 명령한 것이다.
앞서 EU 집행위도 PiS가 도입한 사법 개혁을 두고 '사법부 독립과 법치, 민주주의'라는 EU의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또 폴란드가 낙태와 동성결혼 등을 금지하고 있는 것도 EU와의 갈등 요인이 돼 왔다.
폴란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개입 문제에서도 프랑스, 독일 등과 달리 더 강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으며, 독일―러시아 간 해저 천연가스관 연결 사업인 노드스트림-2 건설도 반대했다.
WSJ는 이런 상황에서 벨라루스 난민 사태 해결을 위한 폴란드의 후속 대응이 EU와의 또 다른 갈등을 촉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폴란드는 나토 협약 4조에 근거해 이 문제 논의를 위한 긴급회의 소집 요구를 고려하고 있다. 협약 4조는 '동맹국은 영토 보존, 정치적 독립 또는 안보가 위협받을 때마다 협의를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 경우 미국 역할을 놓고 유럽 국가들 사이에 또 다른 의견이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폴란드는 나토 회원국 가운데 EU와 긴장 관계를 유지 중인 미국, 영국과 긴밀한 관계를 이어가기로 했다. 그러나 또 다른 나토 회원국인 프랑스를 비롯한 일부 국가는 미국과 독립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유럽의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공동의 EU 방위 및 안보 계획을 지지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su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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