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래스고 기후 협약 "획기적" 자화자찬에 과학자들 비관적

입력 2021-11-15 16:27  

글래스고 기후 협약 "획기적" 자화자찬에 과학자들 비관적
"1.5도 억제 목표 살렸다" 주장에 "사망선고 할 때", "2도도 못 맞춰" 부정적 평가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합의된 '글래스고 기후 협약'에 대해 각국의 정치지도자와 협상 대표들은 파국을 막고 지구온난화 1.5도 억제 목표를 살렸다고 환영하고 있지만, 과학자들은 훨씬 더 비관적인 견해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AP통신에 따르면 기후 과학자들에게 글래스고 협약 결과에 대한 의견을 구한 결과, 파리 협약에서 제시한 1.5도 억제 목표를 여전히 도달 가능한 범위에 둘 수 있는 진전이 이뤄졌다고 보는 견해는 소수에 그쳤다.
대부분은 1.5도는커녕 2도마저도 넘기는 온난화 경로에 있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프린스턴대학 기후학자 마이클 오펜하임은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1.5도 억제 목표는 글래스고 회의 이전에 이미 생명유지 장치에 의존하고 있었으며, 이제는 사망을 선고할 때"라고 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중 한 위원회를 이끈 독일 과학자 한스-오토 포트너는 "성과는 냈지만 충분한 진전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평가하면서 "기온 상승은 단연코 2도를 넘을 것이며, 이는 자연과 인간의 생명과 삶, 주거지와 번영을 위협할 것"이라고 했다.
유엔이 바라던 것과 달리 기온 상승 곡선이 크게 꺾이지 않고 작은 수정만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브레이크스루 기후연구소'를 이끄는 지크 하우스파더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 "글래스고 회의를 통해 억제한 기온상승 폭은 0.1도에 불과하며, 최상의 결과가 2.3도에 달한다"고 했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존 스터먼 교수는 글래스고 기후 협약이 제시한 초기 수치를 분석한 결과, 각국 지도자들의 낙관론과는 달랐다면서 "석탄을 가능한 한 신속히 퇴출하지 않는다면 기온 상승을 1.5도는 물론 2도로 억제할 수 있는 타당한 방안은 없다"고 했다.



과학자들은 미래의 온난화를 경감하려면 석탄 사용을 단순히 줄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완전히 중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수석 과학자를 지낸 뒤 콜로라도대학에서 환경 연구를 진행 중인 왈리드 압달라티 박사는 "(석탄 사용을) 줄이는 것은 기후변화의 해악을 둔화하는 데 있어 완전히 제거하는 것보다 효과가 덜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시간대학 환경학과의 조너선 오버펙 교수는 "(글래스고 협약은) 희망을 희석시켰으며, 느린 조치마저도 불완전한 계획을 갖게 됐다"면서 "1.5도 억제 목표가 여전히 살아있다고 생각하며 회의에 갔지만 세계 지도자들은 이를 위한 기개를 갖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미국 연방정부의 기후 평가 작업에 참여한 일리노이대학 기후학자 도널드 웨블스 박사도 일부 진전이 이뤄졌지만 "1.5도 억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가능성이 훨씬 더 줄어들어 거의 불가능한 지점까지 왔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2도로 억제하는 것마저도 가능성이 줄어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희망적이라는 판단도 일부이긴 해도 없지는 않았다.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 기후과학자 마이클 만은 "온난화를 1.5도 억제할 수 있는 잠재적 길을 처음으로 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각국이 현재 약속을 이행하고, 단계적으로 더 확대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건을 붙였다.
포츠담 기후영향 연구소의 요한 록스트롬 연구원은 금세기 중반까지 탄소 제로배출을 약속한 모든 국가가 목표를 달성할 때의 '낙관적' 시나리오에서는 온난화가 1.8도나 1.9도로 억제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충분한 것과는 거리가 멀지만 상당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탄소 제로배출 약속은 현재 대부분이 구체적인 행동을 시작조차 못 한 상태에 있다.


eomn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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