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아랍권 공여국들 부패 등 이유로 대부분 지원 동결
"서안 주택공급 부족에 가격 급등…유류 대금 190억원도 못갚아"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팔레스타인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파산 위기에 몰렸다.
15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일간 예루살렘 포스트 등에 따르면 세계은행(WB)은 올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금 규모를 1억8천400만 달러(약 2천167억 원)로 추산했다.
이는 국제사회의 PA 지원금 규모가 가장 컸던 지난 2008년(12억 달러)보다 85% 줄어든 것이다.
국제사회 지원금에 크게 의존하는 PA에 가장 큰 타격은 연간 6억 유로(약 8천100억 원)에 달했던 유럽의 지원금이 동결된 일이다.
올해 유럽 국가들은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인도적 구호자금 수천만 유로만 송금했을 뿐이다.
무함마드 쉬타예흐 PA 총리는 지난달 유럽을 직접 방문, 지원 재개를 요청하고 밀린 지원금이 내년 1분기부터 도착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주요 공여국 가운데 하나인 스웨덴은 만연한 부패가 지원의 장애물이라면서 부패를 척결해야만 효율적으로 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중단됐던 미국의 원조는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부활했지만, 2억3천500만 달러(약 2천800억 원)에 달하는 미국의 원조는 대부분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활동 지원금으로 묶여있다.
PA가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아랍권의 지원금도 거의 끊긴 상태다.
아랍권은 팔레스타인 안정 자금으로 매달 평균 1억 달러(약 1천179억원)를 제공했지만 지난해부터 지원금 대부분을 끊었다.
이 때문에 PA는 공공부문 종사자의 월급을 50% 삭감해야 했다.
올해 아랍권이 송금한 지원금은 3천200만 달러(약 377억 원)로 2019년 2억6천500만 달러(약 3천100억 원)의 12%에 불과하다.
아랍권의 지원금 축소는 대개 아무런 설명 없이 단행됐다.
다만 최대 공여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중재로 이뤄진 이스라엘과 아랍권 국가 간의 '아브라함 협정'을 팔레스타인이 거부했다는 점을 지원 중단의 이유로 들었다.
최악의 자금난 속에 PA가 통치하는 요르단강 서안은 극심한 주택공급 부족 사태가 빚어지면서 주택 매매가와 임대료가 급등하고 있다고 일간 하레츠가 전했다.
그뿐 아니라 아랍권의 지원 중단이 계속되면 공공부문 종사자에 대한 월급 지급도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심지어 현지 언론에 따르면 PA는 차량 운행에 사용한 유류 대금 5천만 셰켈(약 190억 원)도 아직 갚지 못할 만큼 재정이 악화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PA가 파산해 임금 체불 등 상황이 발생하면 폭동과 불복종 등 사실상 경제 시스템이 붕괴한 레바논에서 벌어졌던 상황이 팔레스타인에서도 재연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스라엘은 정세 불안을 막으려고 지난 8월 PA 측에 1억5천만 달러(약 1천7억 원) 규모의 차관을 제안한 데 이어 이날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리는 팔레스타인 공여국 특별연락위원회(AHLC) 회의에서 지원 재개를 요청하기로 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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