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가격 급등에 산유국 "아직은 석유·가스라니까"(종합)

입력 2021-11-16 10:08  

에너지가격 급등에 산유국 "아직은 석유·가스라니까"(종합)
기후변화 '공범' 몰렸다가 목소리 내…"사용 중단은 '망상'"
탄소 감축 흐름 속에 시기상조 현실론 내세워


(테헤란·서울=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차병섭 기자 = 기후변화 위기의 '공범'으로 몰려 수세였던 산유국과 석유업계 등 이른바 '화석연료 진영'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화석 에너지의 퇴출에 합의하지 못한데다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다.
술탄 알자비르 아랍에미리트(UAE) 산업첨단기술부 장관은 15일(현지시간) UAE에서 열린 국제석유산업전시회(ADIPEC)에서 "세계는 단순히 탄소 사용을 중단할 수 없으며 에너지 안정을 위해 석유 산업에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ADNOC) 회장직을 겸임하는 알자비르 장관은 수년간 투자 부족으로 석유, 천연가스 공급 부족이 발생했다면서, 향후 예상되는 수요에 맞추는 데만 2030년까지 매년 6천억 달러(약 710조원) 넘게 투자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의 에너지 전환 합의가 이뤄졌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석유·가스에 매우 의존한다면서 "석유와 천연가스는 여전히 에너지원 중 가장 비중이 크고 수십 년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태양광, 풍력과 같은 '클린 에너지'로 대체하려는 게 시대적 흐름이지만 이를 서두르는 바람에 에너지 가격이 높아졌고, 화석에너지의 존재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는 논리다.
수하일 마즈루아이 UAE 에너지부 장관도 석유와 천연가스 사용이 단계적으로 없어질 것이라는 견해는 '망상'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행사에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대다수가 참가했다.
이들은 석유, 천연가스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으며 화석연료의 미래 역할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압둘아지즈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 장관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노력은 개발도상국의 에너지 안정과 경제 성장에 대한 고려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후변화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이지 사용하는 자원의 종류가 아니라면서 "모든 분야에서 포괄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모하메드 바르킨도 OPEC 사무총장도 COP26에서 논의가 석유, 천연가스 분야에 매몰됐었다며 "다음 총회가 열리는 이집트와 UAE에서는 전반적인 접근이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오만 에너지부 장관은 "'잘못된 결정'으로 유가가 폭등해 대가를 치르고 있다"며 "화석 연료에 대한 투자 중단은 옳지 않다"며 거들었다.
적도기니 에너지부 장관도 "에너지 전환 때문에 석유와 가스 개발을 막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작고 가난한 나라다. 미국 등이 개발을 돕지 않으면 중국·브라질 등이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냈다.
세계적 석유회사 BP의 버나드 루니 최고경영자(CEO)는 CNBC 인터뷰에서 "탈탄소 흐름 속에서 인기 없는 견해겠지만, 석유·가스는 세계 에너지 시스템에서 오랫동안 중대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것이 현실"이라면서 전 세계가 탄소 중립 목표를 위해 집중해야겠지만 그 과정에서 이념은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3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폐막한 COP26에서 약 200개 참가국은 탄소 저감장치가 없는 석탄 발전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고 비효율적인 화석연료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COP 합의문에 석탄과 화석연료가 언급된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석탄 발전의 '중단'이 아닌 '감축'이고, 화석연료 보조금도 단계적으로 중단하기 위해 '노력을 가속한다'는 표현을 사용하는 등 완전 폐지의 의미를 담고 있지 않아 '원칙을 굽힌 타협안'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logo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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