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경제무역 압박 강화 의지 천명…시진핑 "케이크 크게 만들자"
시진핑 최우선 요구사항은 화웨이 등 자국 기업 제재 해제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16일(이하 베이징시간·워싱턴 시간 15일) 미중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국가 주도 경제 체제의 문제점을 정면으로 지적하면서 변화를 강력히 압박했지만 시 주석은 경제·무역 분야 문제를 정치화하지 말라면서 맞섰다.
경제·무역 분야에서도 양국 정상이 이번 회담에서 구체적인 공동 인식을 도출하지 못한 채 각자 입장을 천명하는 수준에서 대화를 마무리했다.
이에 따라 경제·무역 분야에서 양국 간 대립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백악관은 홈페이지에 올린 보도자료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과 경제 관행으로부터 미국 노동자들과 산업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 및 경제 관행'은 중국의 국가 주도 경제 체제의 문제점을 뜻한다.
미국은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때 약속한 시장개방 약속을 충분히 이행하지 않고, 국유기업 보조금 지급 등 불공정 관행을 유지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런 강경 입장은 사실 회담 전부터 예견됐다.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통상 정책 골격을 제시한 지난달 5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설에서 트럼프 행정부 때 도입된 대중 고율 관세의 기본 틀을 유지하는 가운데 중국의 '비시장적 관행'(non-market behavior)을 변화시키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타이 대표는 당시 연설에서 1단계 무역합의를 두고 "중국의 무역 관행이 미국 경제에 끼치는 해로운 충격에 관한 근본적 우려를 유의미하게 다루지 못했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재선 길목에서 1단계 무역합의를 통해 중국으로부터 2천억달러의 '전쟁 배상금'을 챙기는 눈앞의 실익에 만족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의 장기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구조적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겠다고 나서면서 중국으로서는 부담이 커졌다.
미중 무역 전쟁을 임시로 봉합한 1단계 무역합의가 올해 말 끝나는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 및 경제 관행' 문제를 시 주석의 면전에서 꺼낸 것은 이와 관련한 대중 압박 본격화를 예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이미 발빨리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동맹들과의 연대 전선 구축에 나선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지난 9월 제1차 무역기술위원회(TTC)를 가동하면서 글로벌 기술 및 무역 이슈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협력을 본격화하고 나섰는데 이는 중국 견제 목적으로 출범한 조직으로 평가된다.
EU 등 핵심 동맹까지 무역 전쟁 상대를 삼을 정도로 '독불장군'식으로 행동하던 트럼프 전 행정부와 달리 바이든 행정부는 이처럼 동맹을 규합해 '보편 가치'에 기반한 세계 질서를 공고히 형성해 중국을 포위, 압박하려 하기 때문에 중국과 미국 간 경제 전쟁의 수 싸움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압박에 시 주석은 미중 양국이 대립하기보다 큰 케이크를 만드는 데 노력하자면서 경제는 경제 논리로 풀어야 한다는 식의 논리로 맞섰다.
시 주석은 "중미 경제무역 관계의 본질은 상호 공영에 있다"며 "중미 경제무역 문제를 정치화하지 말고 쌍방이 '큰 협력의 케이크'를 만들자"고 주장했다.
최근 중국 국유기업이 미국에서 대량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계약을 체결한 가운데 시 주석은 미중 양국 사이의 에너지 협력의 중요성을 피력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문제를 제기한 '불공정한 무역 및 경제 관행'과 관련해 시 주석은 자국의 대외 개방이라는 기본 국가 정책을 심화해 미국을 포함한 각국에 더욱 큰 시장을 제공할 것이라면서 방어막을 쳤다.
시 주석 측에서도 구체적 불만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 바이든 대통령에게 "미국이 국가 안보 개념을 앞세워 중국 기업을 탄압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화웨이(華爲)와 SMIC(中芯國際·중신궈지) 같은 자국 기업을 향한 미국의 제재를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그가 이날 수많은 현안이 압축적으로 논의되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꼽 집어 화웨이 등 자국 기업 제재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선 것은 '기술 굴기(?起)'에 사활을 건 중국 지도부가 그만큼 이 문제 해결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 주석은 지난 9월 바이든 대통령과 전화 통화 때도 멍완저우(孟晩舟) 화웨이 부회장 석방 문제를 직접 꺼내든 적이 있을 정도로 미국의 제재 표적이 된 화웨이의 문제 해결에 큰 관심을 보인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과 중국이 극단 충돌로 치닫는 것을 예방하는 한편 기후변화, 북핵 문제 등 현안에서 중국의 협조를 끌어내려 시도한 가운데 시 주석은 미국에 전방위 협력과 평화 공존을 요구하면서 여러 방면에서 자국을 압박하는 가운데 '선택적 협력'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넌지시 압박하기도 했다.
시 주석은 "미중은 상호 존중하고 협력해 상호 윈윈해야 한다"며 "평화롭고 안정적인 국제 환경 수호, 기후 변화 효율적 대처, 코로나19 등 전 세계적 도전에 대응하는 것 모두가 건강하고 안정적인 중미 관계를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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