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반성해야" 초과세수 추계 질책…기재부 "의도 있을 수 없다" 반박
(서울=연합뉴스) 박용주 고동욱 홍준석 기자 = 전 국민 일상회복 방역지원금을 둘러싸고 입장 차를 보여 온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16일 정면충돌했다.
예산 심사가 본격화된 가운데 민주당 지도부가 국정조사까지 거론하며 기재부를 압박했고, 기재부는 곧바로 반박에 나섰다.
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는 16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와 YTN[040300]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부가 초과세수를 과소 추계했다며 잇따라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기재부를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는 "재정당국의 직무유기를 넘어선 심각한 책무 유기"라며 "추궁받아 마땅한 일"이라고 했다.
또 "의도가 있었다면 이를테면 국정조사라도 해야 할 사안"이라며 홍 부총리에게 "국민에게 사과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시작되는 예산안 증액·감액 심사를 앞두고 기재부를 향해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방역지원금 예산 편성에 국민의힘이 반발하는 가운데 정부까지 딴소리하지 말라며 압박한 것이다.
방역지원금 추진이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제안에서 시작된 만큼, 정부의 반발에 후퇴할 경우 민생 이슈의 주도권을 잃고 선거전까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고려도 깔렸다.
이 후보 역시 전날 "만행" 등 표현을 동원해 홍 부총리를 거칠게 비판했다.
반면 정부는 세수 추계 잘못을 시인하면서도 민주당과 대립각은 유지했다.
기재부는 이날 오후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의도적인 세수 과소 추계는 있을 수 없는 일이며 그렇게 하지도 않았다는 점을 명료하게 말씀드린다"고 윤 원내대표의 주장에 반박했다.
기재부는 초과세수 19조원의 사용처에 대해 "최대한 올해 중 소상공인 손실보상 및 손실보상 비대상 업종에 대한 맞춤형 지원대책 등에 활용하고 나머지는 국가재정법에 따라 내년 세계잉여금으로 넘어가게 된다"고 했다.
이는 사실상 방역지원금 예산엔 동의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초과 세수 중 40%는 국가재정법에 따라 지방교부금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지방에 보내야 한다. 19조원 중 7조6천억원이 일단 지방으로 향한다는 의미다.
소상공인 손실보상 예산의 경우 2차 추경으로 1조원을 확보했으나 총 2조4천억원 소요가 예상돼 초과세수 1조4천억원의 사용처가 된다.
이미 발표한 유류세 20% 인하의 경우 약 2조1천억원의 국세 수입 감소 효과가 예상되는데, 약 2개월에 해당하는 올해 세수 감소분도 초과 세수로 채운다.
여기에 조만간 발표할 손실보상 제외 업종 지원책 재원도 초과 세수를 활용하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용처가 정해진 10조원 이상의 자금을 쓰고 나면 나머지 대부분은 부채를 갚는 데 우선 쓰겠다는 의미가 된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12일 언론 인터뷰에서 "세수가 좀 더 들어왔다고, 돈이 남아돈다고 해석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했고,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은 전날 행안위에 출석해 신중론을 폈다.
이처럼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향후 당정 간 충돌이 더 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이 후보의 '정책 차별화' 기조와 맞물려 임기 말 레임덕 현상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다만 당정 간 불협화음의 거듭된 노출도 민주당으로서는 부담이 큰 만큼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타협안을 찾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방역지원금 재원 마련 방안으로 추진 중인 '초과세수 납부유예'와 관련해 "우리 입장은 원칙적으로 (당정청이 협의해 만든 예산안을) 유지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법 만드는 사람들이 법을 바꿔버리면 할 말이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민주당 박완주 정책위의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당에서는 (납부 유예를) 더 넘기라는 것이 아니라 이미 넘겨놓은 것을 쓰자는 기조"라며 "재정 당국과 이제 그 규모에 대해 검증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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