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반증·당뇨 앓아…반신불수 아버지에 청소원 어머니가 힘든 생계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에티오피아 한국전 참전용사의 손자가 어려운 형편 속에 난치병인 백반증과 당뇨까지 앓는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알려져 한국 측에서 나눔의료를 제공했다.
주에티오피아 한국대사관의 지수찬 무관은 연합뉴스에 16일(현지시간) 한국에서 항공편으로 도착한 구호물품을 키더스 카사헌(16) 군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키더스 군은 에티오피아 한국전 참전용사 후손으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나눔의료 사업대상에 선정됐다. 나눔의료 사업은 국제사회 공헌 차원에서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외국인 환자들을 초청하거나 치료해주는 사업이다.
키더스 군은 작고한 참전용사 월데기오르기스 아스타트케(1951∼1952년 참전)의 친손자다.
그는 다섯 살부터 멜라닌 색소 부족 등 증상이 나타나 점차 심해져 현재는 몸 전체로 퍼진 상태로, 병원 진단 결과 백반증과 당뇨 진단을 받았다.
피부에 흰색 반점이 생기는 병인 백반증은 완치가 어렵고, 에티오피아 현지에서는 약값도 비싸다고 한다.
키더스 군의 부친은 4년 전 교통사고로 뇌 손상을 입어 반신불수 상태로 현재 종교 요양시설에 위탁된 상태다.
생계를 책임진 그의 어머니는 청소원으로 일하면서 1천337비르(한화 약 3만5천 원, 일반 가정부 임금의 절반 수준)의 수입으로 두 자녀와 살고 있다. 이들이 사는 곳은 친척 집에서 배려해준 단칸방이다.
궁핍한 형편 때문에 키더스 군의 정상적인 병원 치료가 어려웠던 데다 치료 자체도 잘 안됐다.
키더스 군은 이날 구호품을 전달한 지 무관에게 "축구를 좋아하고, 장래 IT 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에티오피아 참전용사들은 왕실 근위대 출신으로 연인원 6천37명이 한국전에 참전했다. 무패와 함께 단 한 명의 전쟁포로도 내지 않은 용맹성을 발휘한 것으로 유명하다. 전사자는 122명이다.
그러나 귀국 후 쿠데타로 들어선 공산정권에 핍박을 받아 대부분 빈곤층으로 전락해 그 후손들도 매우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다고 참전용사 후손 장학지원 사업과 직업교육 등을 하는 박용규 월드투게더 에티오피아 지부장은 전했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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