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래프 "새로운 '진주만'은 해양이 아닌 '우주'"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러시아가 15일(현지시간) 소련 시절 인공위성을 격추하면서 영화에서나 보던 '스타워즈'(우주 전쟁)의 가능성이 성큼 현실로 다가왔다는 관측이 나온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16일 "우주 전쟁은 이미 진행 중"이라면서 "강대국 사이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새로운 '진주만'은 해양·공중이 아닌 우주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주 영역의 군사적 활용 가능성이 이미 크게 부각된 만큼 각국이 전략적인 우위를 차지하려고 상대국의 인공위성 등 우주 시설물에 대한 공격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러시아가 지구 밖 인공위성을 정확하게 요격하면서 상황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러시아는 지난 15일 지상에서 미사일을 쏘아 올려 지구 저궤도(고도 2천㎞)에 있던 첩보위성을 정확히 격추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추적 가능한 파편만 1천500개가 우주로 흩어졌고 그 파편이 총알보다 몇 배 빠른 속도로 날아다니다 국제우주정거장(ISS)의 안전을 위협하기도 했다. 이는 공상과학 영화 '그래비티'의 현실판이나 다름없다는 평이 나온다.
이런 러시아의 행동에 대해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우주를 무기로 활용하지 않겠다던 러시아의 말이 거짓이라는 방증"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러시아가 평화적인 우주 활동에 위협을 가했다는 미국의 주장은 가장 약하게 표현해도 위선"이라며 미국 측도 우주에 대한 군사 목적의 활동을 벌이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실제로 미국도 지난 2008년 오작동·지구 추락 위험성 등을 이유로 자국의 첩보 위성을 미사일로 격추한 적 있다.
그 한 해 전에는 중국이 지상에서 위성 요격 실험을 진행한 적이 있고, 2019년 3월에는 인도도 고속 발사체로 자국 위성을 격추하는 데 성공했었다.
우주의 군사적 활용 가능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적군의 동태를 탐지하거나 고속·장거리 통신, 각종 무기의 정확도 향상 등에 인공위성이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특히 1990년대에 위성을 활용한 위치정보시스템(GPS)이 널리 보급되면서 이같은 추세가 가팔라졌다.
이 시기 지상의 탱크나 공중의 전투기에 널리 GPS가 탑재되기 시작했다. 순항 미사일에도 GPS를 활용한 내비게이션 데이터가 입력되자 정확도가 센티미터(㎝) 단위로 정교해졌다.
각국 군대는 갈수록 우주 공간을 더 활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미국을 포함, 10여개국이 도입한 F-35 라이트닝2 전투기는 인공위성을 활용해 통신한다.
프랑스-독일이 추진하는 차세대 전투기 프로그램 미래전투항공시스템(SCAF)나, 영국·이탈리아·스웨덴 공군이 개발중인 차세대 전투기 '템페스트'역시 인공위성을 통해 데이터를 주고받는다.
위성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위성에 대한 접근을 방해하려는 시도도 늘고 있다.
러시아는 발트해 인근에서 수시로 GPS 방해 전파를 쏘고 있다. 대부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훈련을 방해하려는 목적이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인근 선박들의 GPS 통신을 방해하는 전파를 쐈다. 이란의 2011년 미국의 스텔스 드론을 격추도 같은 기술을 활용했다는 관측이 많다.
심지어 테러 단체도 위성 전파방해 시스템을 시험했다는 보고도 나온다.
중국도 광범위한 위성에 활용할 수 있는 레이저 전파 방해 장비를 개발하고 있다.
텔레그레프는 "영화 스타워즈의 그런 전쟁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면서도 "제프 베이조스나 일론 머스크가 공상과학영화에서나 꿈꾸던 '유인 우주선'의 꿈을 실현하는 걸 보면 (스타워즈는) 시기의 문제지 가능성을 따질 문제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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