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서 아타튀르크와 국기 모욕했다는 혐의
파무크 "오히려 존경 담아서 써" 반박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터키 소설가 오르한 파무크가 신작에서 터키를 모욕했다는 혐의로 조사받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파무크는 신작 '전염병의 밤'(Nights of Plague)에서 터키에서 국부로 추앙받는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를 모욕하고 터키 국기를 조롱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 수사는 4월 한 변호사가 이 소설에서 파무크가 아타튀르크를 모욕하고 터키 국기를 조롱해 혐오와 적대감을 부추겼다며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사법부는 증거 불충분으로 사건을 기각했으나 원고가 이에 불복해 항소, 조사가 재개됐다.
지난 3월 처음 출간된 이 소설은 1900년대 초 흑사병이 발발한 오스만제국의 가상 섬이 배경이다.
고발인은 소설에서 파무크가 나중에 섬의 대통령이 된 주인공을 통해 아타튀르크를 모욕했으며 터키 국기를 '그리스 약국의 상징을 형상화한 재밌는 국기'로 표현해 조롱했다고 주장했다.
파무크는 자신에게 제기된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5년간 작업한 전염병의 밤에서 제국의 잿더미 속에서 근대 국가를 세운 영웅이나 아타튀르크를 무시하는 내용은 없었다"며 "오히려 자유지상주의를 지향하는 영웅적인 지도자들에 대한 존경을 담아 소설을 썼다"고 반박했다.
200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파무크는 '내 이름은 빨강', '검은 책', '하얀성' 등 대표작으로 명성을 얻은 세계적인 작가다.
문학단체 등에서도 파무크의 기소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부르한 손메즈 국제펜(PEN) 회장은 "파무크는 터키의 국보이자 문학적 자산인데도 그가 쓴 작품은 또 한 번 표적이 되고 있다"며 "터키당국은 명예훼손죄를 이용해 목소리를 내려는 이들을 반복해 침묵하도록 했고 이번 사건도 예외는 아니다"고 비판했다.
앞서 파무크는 2005년 한 인터뷰에서 터키가 공식 부인하는 아르메니아인 학살 사건을 언급해 '터키다움을 모욕한 혐의'로도 기소되면서 이슬람 민족주의 세력에게 신변 위협을 받기도 했다.
펜아메리카에 따르면 지난해 터키당국에 의해 구금된 작가는 최소 25명에 달한다.
kit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