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올해 초과 세수는 50조원? 19조원?

입력 2021-11-17 16:50  

[팩트체크] 올해 초과 세수는 50조원? 19조원?
산정 기준시점 차이에서 비롯…본예산과 비교하면 50조원
기재부는 "초과세수는 추경예산과 비교해야…19조원 전망"
학계 "회계적으로 본예산 기준 맞아…올해 실질적 의미로는 추경 대비로 봐야"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전 국민 일상회복 방역지원금 추가지급을 놓고 당정이 갈등을 빚는 가운데 올해 초과세수 규모와 관련해 50조원, 19조원 등이 언급되며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6일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서 "올해 세수초과액이 당초 7월에 정부가 예상했던 31조원보다 훨씬 많은 50조원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17일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50조원에 달할 전망인데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당초 초과세수 규모가 10조원대라고 밝혔던 기획재정부는 16일 오후 보도 참고자료를 내고 "현시점에서 추가경정예산(추경예산) 대비 약 19조원 규모의 초과세수가 전망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정부가 올해 더 걷는 세금은 얼마로 보는 게 맞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19조원과 50조원의 차이는 초과 세수를 산정하는 기준 시점을 다르게 잡았기 때문이다.
먼저 여당이 언급한 50조원은 지난해 가을 본예산 편성 시점을 기준으로 계산한 수치다. 올해 7월 추경과정에서 초과세수로 잡은 31조5천억원과 현시점에서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19조원을 더한 것이다.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이달 7일 페이스북에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올해 초과 세수가 40조원 가량이 될 것이라고 한다. 수십조의 초과세수는 국민이 고통을 감내한 결과"라고 언급한 것도 본예산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달리 기재부는 올해 7월 추경예산을 기준으로 19조원의 초과세수 규모를 제시했다.
정부는 7월 2차 추경안에서 올해 총수입 중 국세 수입 예산을 282조7천억원에서 314조3천억원으로 늘렸고, 이를 기반으로 33조원 규모의 추경 예산을 편성해 국민의 약 88%에 지급하는 1인당 25만원의 상생 국민지원금과 상생 소비지원금(신용카드 캐시백) 사업 등을 추진했다.
쉽게 말하자면 애초 예상(본예산)보다 31조5천억원이 더 들어올 것으로 보고 7월에 33조원을 사용했다는 얘기다.
기재부는 현재 시점에서는 추경 이후 예상보다 강한 경제 회복세와 자산시장 요인을 이유로 추경예산 314조3천억원 대비 19조원 규모의 초과세수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올해 정부가 조세를 징수해 얻게 될 수입이 2차 추경 당시 예상치보다 19조원 웃돌 것으로 보는 셈이다.
기존에 세운 본예산에 변경을 가해 새롭게 추경예산을 짰기 때문에 추가로 활용할 수 있는 초과세수는 19조원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기재부의 입장이다. 기재부는 보도 참고자료에서 초과세수는 전년 대비 세수 증가액이나 본예산 대비 증가액이 아니라고도 강조했다.

학계에서는 원칙적으로 초과세수는 기재부 설명과 달리 본예산을 기준으로 보는 게 맞지만, 이번 사안의 경우 기재부의 잘못으로 세수 오차가 크게 난 데다 실제로 쓸 돈을 논의하려면 2차 추경을 기준으로 보는 게 낫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원래 회계적으로는 본예산을 기준으로 초과세수를 보는 게 맞다"며 "다만 이번에는 정부가 2차 추경 때 명백한 전망 오차를 시인하며 상당액을 세입 경정했기 때문에 실질적인 의미에서의 초과세수는 2차 추경을 기준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7월 기준으로 더 들어온 돈은 이미 다 썼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 용처를 정해야 할 돈이 50조원은 아니라는 의미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도 "올해 얼마가 더 들어왔는지를 보려면 본예산 대비로 보는 게 맞지만, 그 돈을 누구한테 돌려줄 거냐 하는 문제라면 실제로 추경 이후에 걷은 게 얼마인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초과세수를 쌈짓돈 쓰듯 하는 것을 경계했다.
국가재정법 90조에 따르면 해당 연도에 이미 발행한 국채의 금액 범위에서는 해당 연도에 예상되는 초과 세수를 이용해 국채를 우선 상환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결산상 잉여금 등 세계잉여금은 지방교부세 정산에 사용해야 하고, 여기에 사용한 금액을 제외한 세계잉여금의 30% 이상은 공적자금상환기금에 우선 출연해야 한다. 다시 이를 제외한 세계잉여금의 30% 이상은 국채 또는 차입금의 원리금, 국가배상금 등의 채무를 상환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염명배 교수는 "초과세수가 그냥 하늘에서 떨어진 공돈이라고 생각해서 쓰자고 하는 건 국가재정법에 저촉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다른 나라의 경우에는 세수가 많이 들어오면 국채 발행을 줄이고 적게 들어오면 국채 발행을 늘려 큰 문제가 안 되는데 우리는 들어온 만큼 쓴다는 관행이 있어서 세수가 많이 들어왔는데 그만큼 못 썼다고 하면 재정을 충분히 지출하지 못하도록 한 것 아니냐고 오해를 하는 특이한 현상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세수 추계 실패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우석진 교수는 "1년 전에 한 추정은 틀릴 수 있기 때문에 오차를 줄여가는 것이기는 하지만, 여름에 추경했는데도 20조원 가량 더 틀렸다는 것은 문제"라며 "기재부가 모형을 공개하고 왜 틀렸는지, 무슨 세목을 틀렸는지부터 점검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우철 교수는 "일반적으로는 초과세수가 균형을 맞추는 데 쓰여질 것으로 예상되는 돈인데 올해는 적자가 100조원인 상황에서 초과라는 말을 붙이기도 민망하다"고 말했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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