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구원 분석…"미국·일본보다 취약"
중간재 관심품목 2007년 488개→2020년 604개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우리나라의 대(對)중국 중간재 수입 의존도가 미국이나 일본보다 높아 전략적으로 취약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산업연구원이 18일 발표한 '한국 산업의 공급망 취약성 및 파급경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대중국 수입에서 전략적 취약성이 관측돼 관심이 필요한 품목은 요소, 실리콘, 리튬, 마그네슘 등을 포함해 총 1천88개로 집계됐다.
최근 미국과 유럽연합(EU)은 특정국에 대한 높은 수입의존도와 무역 역조를 공급망 취약성의 주요 판단 지표로 인식하는데 산업연구원이 이를 기준으로 한국이 무역적자이면서 대중국 수입의존도가 50% 이상인 '관심품목'을 추린 결과다.
이 중 수입의존도가 70% 이상인 '취약품목'은 653개에 달했다.
'관심품목' 1천88개를 들여다보면 중간재가 604개, 소비재가 264개로 중간재가 더 많았다.
또한 관심이 필요한 중간재는 10여년 새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무역통계를 같은 기준으로 분석해보면 관심이 필요한 중간재 품목 수는 488개 수준이었으나 14년 만에 116개가 늘어난 것이다. 한국의 대중국 전략적 취약성이 중간재 분야에서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해도 중간재 분야의 취약성이 높았다.
미국의 대중국 '관심품목'은 총 575개였으며 이 중 중간재는 185개로 우리나라보다 현저히 적었다.
일본의 대중국 관심품목 1천48개 중 중간재는 475개였다.
요소 등 최근 취약성 문제가 대두된 품목도 2017년 이후 지속적으로 관심 또는 취약 품목으로 식별됐다.
이처럼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품목 중 상당수는 국내 주력 산업과 밀접한 연관이 있어 언제든 '제2의 요소수 사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예컨대 리튬과 마그네슘의 수급에 문제가 생기면 2차 연계 산업인 화학, 이차전지, 반도체 등도 영향을 받게 된다.
특히 마그네슘은 철강이나 비철 같은 유사업종은 물론 일반기계, 수송기계 등 다양한 산업과 깊은 연관관계가 있어 유사시 2차 피해가 클 전망이다.
보고서는 공급망 안정성 강화를 위한 산업별 대응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주요국들도 최근 경제안보정책을 명시적으로 도입하는 동시에 산업-통상-기술 정책 간 연계를 강화하는 추세다.
저자인 산업연구원 김바우 전문연구원은 "주요 품목의 공급망 취약성을 상시 모니터링할 수 있는 데이터 기반의 민간-공공 협력 채널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모든 품목을 국내에서 생산하거나 다변화하는 전략은 전(全) 품목에 적용하기 어렵고 막대한 비용이 드는 만큼 반드시 필요한 분야에 대해서만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연구원은 "관심 및 취약 품목을 심층 분석해 산업별로 반드시 국내 조달이 필요한 전략 품목을 파악하고 비축을 포함한 비상계획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luc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