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난민위기와 다르다…벨라루스-폴란드 사태는 교묘한 계획?

입력 2021-11-18 11:04  

과거 난민위기와 다르다…벨라루스-폴란드 사태는 교묘한 계획?
수백명 국경 '돌진'에 폴란드 물대포·최루 가스로 진압
벨라루스는 돌연 난민 보호소 설치하고 언론에 현장 공개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폴란드-벨라루스 국경의 이주민 사태가 유럽의 '뇌관'으로 부각되는 가운데 이번 사태가 과거 반복됐던 통상의 난민 사태와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7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신문은 먼저 이번 사태가 이주민의 자발적인 이동이 아닌,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측면이 강하다고 진단했다.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리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제재 완화를 노리고 유럽연합(EU)에 부담을 주려고 이같은 사태를 조장했다는 것이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의혹을 완강하게 부인하지만, 벨라루스 정부가 이주민 사태에 개입했다는 증언과 정황은 차고 넘친다.
신문에 따르면 벨라루스는 최근 수도 민스크행 편도 항공권만 가진 사람에게도 비자를 내주고 있다.
벨라루스 당국에서 이주민 중 일부를 폴란드 쪽 국경으로 이주시켰다는 주장도 있다.
이주민에게 국경으로 가라고 압박하거나, 국경을 넘으라고 강요하는 경우가 있었다는 주장도 있고, 심지어는 철조망을 끊을 때 쓰는 절단기를 벨라루스 정부 측에서 제공받았다는 증언도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번 사태가 유럽의 정치적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국경 지대의 난민 숫자는 약 4천 명으로 추산된다. 이는 전 유럽을 긴장 상태로 몰아넣기 충분하다고 NYT는 전했다.

유럽에서는 2015∼2016년 시리아 난민이 몰려들어온 이후 보수 성향 민족주의자들이 급부상했다. 이후 주류 정치인들도 이주민 포용 정책을 꺼리고 있다.
보수 성향의 폴란드 정권은 비유럽 이주민을 아예 '폴란드 문화와 자주 독립에 대한 위협'으로 지칭해왔다.
폴란드는 벨라루스가 자국을 공격하고 있다면서 군인 수천명을 배치했다. 국경지대의 도롯가에서는 이주민과 국경 수비대원의 술래잡기가 끊임 없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지난 16일에는 이주민 수백명이 일제히 국경을 넘으려 시도하자, 폴란드 국경수비대가 물대포와 최루 가스를 살포하며 이들을 저지했다.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국방 장관은 트위터에서 "공격을 막아내준 군장병에게 감사하다. 폴란드는 아직 안전하다. 국경에서 근무하는 모든 군인이 특별 수당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폴란드 국경 지대에는 이주민을 돕겠다는 의미로 집에서 '녹색 등'을 켜고 기다리는 가정도 일부 있지만 많지 않다.
이주민의 성격도 기존 '난민 사태'와 다소 차이가 있다고 NYT는 진단했다.
벨라루스 측에 머무는 이주민 중 상당수가 '경제적 기회'를 찾아 국경을 넘으려 하고 있다. 자국의 폭력 ·박해 등을 피해 이주한 '난민'의 법적 요건은 갖추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과거 2015∼2016년의 시리아 난민 상당수는 내전·전쟁 등을 피해 유럽으로 이주한 경우가 많았다.
일부 이주민 사이에서는 폴란드, 리투아니아 정부가 오히려 난민을 학대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경을 넘어온 이주민을 별도의 신문 절차도 없이 다시 벨라루스로 돌려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인권단체들은 이같은 조치가 국제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라크 출신의 쿠르드족 이주민인 바이야 아와트는 NYT에 "닭장의 닭이 된 기분이다. 내 운명은 벨라루스·폴란드 경찰의 손에 달렸다"며 "한쪽은 민스크로 돌아가지 못 하게 하고, 다른 한쪽은 자기 나라로 들여보내 주질 않는다"고 한탄했다.
사태에 대한 정보가 극히 제한되고 있다는 점도 기존 난민 사태와의 차이점이다.
폴란드와 리투아니아는 언론인과 인권 단체의 국경지대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폴란드는 인권단체뿐 아니라 의사까지 현장에 접근할 수 없도록 통제 중이다.
언론의 출입을 몇 주째 제한하던 벨라루스는 최근 뉴욕타임스 등 일부 언론사에 취재를 돌연 허용했다.
벨라루스가 '텐트촌'에서 추위를 버텨내던 이주민 가운데 약 1천여명을 '보호소'로 옮기는 조처를 하고는 그 현장을 공개한 것이다.
벨라루스 정부의 이런 조치로 유럽과 벨라루스의 긴장 상태가 다소 완화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NYT는 "벨라루스가 인권을 존중하는 국가인 듯 연기하면서, 폴란드를 '악당'으로 보이도록 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의도야 어찌됐든 일단 이주민들은 다행히 추위를 피하고 따뜻한 음식을 제공받았다.
보호소의 한 이주민은 NYT에 "추방이 두렵지만, 다른 선택지가 없다. 아이들이 추위에 떨다 죽을 것 같다"고 말했다.
'텐트촌'에는 아직 약 800여명의 이주민이 남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서는 추위로 적어도 11명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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