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 223대 207로 제재안 가결…속한 상임위 2곳서 축출
외신들 "민주당-공화당 긴장 고조ㆍ불신 심화 단면"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 미국 하원의 한 공화당 의원이 상대당 의원을 살해하고 대통령을 위협하는 내용이 담긴 애니메이션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가 상임위원회에서 축출되는 징계를 받았다.
17일(현지시간) AP통신과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미 하원은 이날 폴 고사 공화당 의원(애리조나주)에 대한 제재안을 찬성 223표, 반대 207표로 통과시켰다.
민주당 의원은 전원 찬성표를 던졌고, 공화당에서도 두 명이 찬성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제재 결의안에서 "농담으로라도 동료 의원을 죽이는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한다"며 "이는 의원들 자신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자, 의회에 대한 모독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제재안 투표는 고사 의원이 일주일 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린 애니메이션이 발단이 됐다.
일본 애니메이션 클립을 변형한 90초 분량의 이 영상에는 미국 남부 국경의 국경경비대원과 이민자들의 모습이 담겼다.
여기에는 고사 의원이 중남미 난민의 입국이 합법이라고 주장하는 민주당의 진보 성향 여성 정치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뉴욕주) 하원의원의 목을 흉기로 찌르고 조 바이든 대통령을 위협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공화당은 애니메이션일 뿐이라고 일축했지만, 민주당은 즉각 반발했다.
비난이 일자 고사 의원은 영상을 내렸지만,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에게 사과하지 않는 등 잘못을 인정하지 않다가 결국 징계를 받았다.
그는 "나는 누구에 대한 폭력을 지지하지 않고, 그런 적도 없다. 누군가를 열받게 하려는 목적이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은 "우리가 동료들을 폭력적으로 묘사하면 그것은 이 나라의 폭력으로 귀결된다"며 "그것이 우리가 선을 그어야 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이날 징계로 고사 의원은 자신이 속해 있는 정부감독개혁위원회와 천연자원위원회에 2곳에서 활동할 수 없게 됐다.
이로써 고사 의원은 최근 40년간 하원에서 징계를 받은 4번째 의원이 됐다.
올해에는 지난 2월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공화·조지아주)에 이어 두 번째다. 그린 의원은 2001년 9·11 테러 당시 미 국방부 건물에 충돌한 것이 비행기가 아니라 미사일이나 다른 발사체라는 음모론을 신봉하는 듯한 태도를 취해 징계를 받았다.
AP통신은 이번 징계가 하원 의원의 3분의 2 찬성이 필요한 제명에 이은 가장 강력한 징계 중의 하나라고 전했다.
외신들은 또 이번 사안이 지난 대선 이후 의회 내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의 긴장이 고조되고, 불신은 깊어지고 있는 한 단면이라고 설명했다.
taejong7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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