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센터 개조한 수용소에 2천명 수용"…루카셴코-메르켈 합의
폴란드·독일은 계속 난민 수용 거부…이라크인 400여명은 본국행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벨라루스-폴란드 국경에 머물고 있던 난민들이 접경 지역을 벗어나 벨라루스 당국이 마련한 인근의 임시 수용소로 옮겨간 것으로 알려졌다.
19일(현지시간) 러시아 일간 이즈베스티야 등에 따르면 양국 국경의 '브루즈기-쿠즈니차' 검문소와 인근 벨라루스 영역의 숲속에 설치됐던 임시 캠프가 텅 비었다고 폴란드 국경수비대가 밝혔다.
앞서 이곳에선 난민 수백 명이 머물면서 수시로 폴란드 쪽으로 월경을 시도해 폴란드 국경수비대원들과 충돌했었다.
하지만 전날 벨라루스 당국이 국경 인근의 물류 창고를 이용해 만든 임시 수용소로 난민들을 이주시키면서 국경 검문소 인근의 난민 캠프가 텅 비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폴란드 국경수비대가 트위터에 올린 동영상에는 인적이 없어진 난민 캠프와 운송 창고로 이동하는 난민 행렬의 모습이 담겼다.
벨라루스 당국은 약 2천 명의 난민을 임시 수용소로 옮기고 음식과 차 등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로써 벨라루스-폴란드 국경 지역의 무력 충돌 위기는 일단 해소됐다.
벨라루스 측의 조치는 지난 17일 이루어진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대행과의 전화 통화 합의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통화에서 국경 지역 난민들에 임시 수용소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해 5천 명을 본국으로 돌려보내고, 다른 2천 명은 독일이 받아줄 것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탈리야 에이스몬트 벨라루스 대통령 공보실장은 현재 벨라루스에 약 7천 명의 난민이 남아있다고 소개했다.
벨라루스-폴란드 국경 지역에 머물던 400여 명의 쿠르드계 이라크 난민들은 EU행을 포기하고 18일 본국으로 돌아갔다.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정부 대변인은 이날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출발해 이라크 에르빌에 도착한 첫 난민수송 여객기에 431명이 탑승했다고 전했다.
독일과 폴란드 측은 그러나 여전히 난민들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호르스트 제호퍼 독일 내무장관은 "압력에 굴복해 난민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벨라루스와 러시아의) 사악한 전략 목표가 실행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폴란드 정부도 난민들에게 유럽연합(EU) 국가로 이동할 수 있는 탈출로인 이른바 '인도주의 회랑'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EU는 벨라루스가 서방의 자국에 대한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러시아와 공조해 난민 문제를 조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벨라루스 내 난민 사태는 지난 9월께부터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시리아 등 중동 지역 출신 난민들이 EU 국가로 입국하기 위해 벨라루스로 들어와 인접한 폴란드·리투아니아·라트비아 등의 국경을 넘으려 시도하면서 불거졌다.
그러다 이달 8일 벨라루스 내에 체류하던 난민 수천 명이 한꺼번에 폴란드 쪽 국경으로 몰려들어 월경을 시도하면서 위기가 고조됐다.
폴란드는 국경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경과 군사 장비들을 증강 배치해 난민들과 대치하고 있다.
EU는 지난해 대선 부정 의혹으로 서방 제재를 받는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정권이 EU에 부담을 안기고, EU 회원국 내 분열을 조장하기 위해 일부러 난민을 불러들여 EU 국가들로 내몰고 있다고 보고 있다.
또 벨라루스 동맹국인 러시아가 난민을 이용하는 '하이브리드 공격'을 기획하고 벨라루스를 부추기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벨라루스와 러시아는 난민 사태의 원인을 제공하지 않았다며 이 같은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에스토니아의 에바-마리야 리이메트스 외무부 장관은 지난 17일 루카셴코 대통령이 난민 사태 해결 조건으로 EU가 벨라루스에 가한 제재를 해제하고 자신이 승리한 지난해 대선 결과를 인정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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