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 대통령 "동정심 때문에…" '난민 밀어내기' 일부 시인

입력 2021-11-20 09:33  

벨라루스 대통령 "동정심 때문에…" '난민 밀어내기' 일부 시인
BBC 인터뷰…"군 장병이 유럽행 도왔을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유럽연합(EU)을 상대로 '난민 밀어내기 공격'을 했다는 서방측 주장을 일부 시인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발언을 해 주목된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과 한 단독 인터뷰에서 벨라루스군이 이주민과 난민을 도와 국경을 넘도록 했다는 서방의 주장에 대해 "전적으로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슬라브족이다. 우리에겐 동정심이 있다. 우리 군 장병들은 이주민들이 독일로 가고 있다는 걸 안다"면서 "어쩌면 누군가 그들을 도왔을 수 있다. 난 이것과 관련해선 조사조차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난 그들(EU)에게 이주민을 국경에서 억류하고 붙잡아놓지 않을 것이며, 그들이 앞으로도 계속 온다면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들은 우리나라에서 오지 않았고 당신들 국가로 가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나는 그들을 여기(벨라루스)로 청하지 않았다. 솔직히 나는 그들이 벨라루스를 경유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리는 루카셴코 대통령은 작년 대선 부정 의혹과 관련해 EU의 제재를 받은 것을 계기로 EU와 갈등을 빚어왔다.
최근에는 중동 등지에서 온 수천 명이 벨라루스에 모여 폴란드 국경을 집단으로 넘으면서 심각한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다.
EU는 벨라루스가 서방의 자국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러시아와 공조해 난민 문제를 조장한 것으로 보고 있다.
EU에 부담을 안기고 분열을 조장하기 위해 일부러 중동 등지에서 난민을 불러들여 폴란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등 EU 회원국 국경으로 내몰았다는 이야기다.
일각에선 벨라루스가 난민을 이용한 공격을 하도록 러시아가 부추겼다는 의혹마저 제기된다.
하지만, 벨라루스와 러시아는 당초 중동 등지에서 난민이 발생한 책임은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전 등을 치른 서방에 있다고 맞서왔다.



인터뷰에서는 벨라루스 내 민주 진영에 대한 당국의 탄압도 거론됐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대선 부정 의혹을 제기한 시위대에 대한 폭력 진압과 고문 의혹에 대해 "그렇다 인정한다. 오크레스티나 구치소에서 사람들이 폭행을 당했다. 하지만, 경찰들도 (그들에게) 맞았는데 당신은 그건 보여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7월 이후 270개 비정부기구(NGO)를 폐쇄하는 등 시민사회를 파괴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우린 당신들(서방)이 돈을 대는 인간쓰레기들을 모조리 도륙할 것"이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한편, 벨라루스 내 민주 진영은 이날 BBC 방송이 루카셴코 대통령과 인터뷰를 진행한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벨라루스 대선 부정 의혹을 제기하며 시위를 벌여 온 야권 지도자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는 BBC가 루카셴코 대통령에게 "거짓말과 선전의 장"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hwang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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