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물은 기준금리 인상, 장기물은 경기 회복 속도 둔화 반영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국내 국고채 시장에서 장단기 금리 차이가 줄어드는 '커브 플래트닝'(채권 수익률 곡선이 평평해지는 것)이 지속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맞이한 경기 확장 국면이 정점을 통과(피크 아웃)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6일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2.333%, 3년물 금리는 연 1.963%로 각각 마감해 두 금리 간의 차이는 37bp(1bp=0.01%포인트)로 좁혀졌다. 작년 3월 12일(32.5bp) 이후 가장 작은 수준이다.
올해 3월 100bp 이상 벌어지기도 했던 장단기 금리차는 지난달 28일 1년 7개월만에 40bp를 밑도는 등 좁혀지는 추세다.
통상 단기물 금리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큰 영향을 받고 장기물은 시장 참여자들의 경기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다.
올해 초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코로나19로부터의 경기 회복,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 등을 반영해 연 2.0%를 돌파하는 사이 3년물은 한국은행의 초저금리 기조 유지로 연 1.0%대 초반에서 움직였다.
이후 3년물 금리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반면 10년물의 상승 폭은 그에 미치지 못하면서 둘 간의 금리 차는 줄어들었다.
이는 경기 순환 측면에서 경기의 확장 국면이 마무리되고 있다는 신호로 여겨진다. 코로나19에 따른 충격을 딛고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는 국면에서 벗어나 점점 그 회복 속도가 점점 둔화하는 사이 중앙은행은 긴축에 시동을 건 상황이다.
실제 분기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보면 작년 3분기 2.2%(이하 전 분기 대비)에서 4분기 1.1%, 올해 1분기 1.7%, 2분기 0.8%, 3분기 0.3%로 점차 둔화하고 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실질 GDP로 봤을 때 올해 상반기를 지나면서, 여전히 숫자 자체는 나쁘지 않으나, 그 높이는 낮아지고 있는데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됐다"며 "그러면 단기 금리가 올라온 만큼 장기 금리는 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장단기 차이는 축소되는데 이는 경기 사이클 측면에서 자연스럽게 뒤따르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005940] 연구원은 "OECD 글로벌 선행지수도 '피크 아웃'하고 한국 수출 일평균 증가율도 하락하는 등 경기 선행 지표들이 빠지는 모습들이 있다"며 "장단기 금리 커브도 선행지표로서 이와 비슷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것으로 점쳐지는 만큼 앞으로도 장단기 금리차의 축소라는 방향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선 연구원은 "중간중간 등락은 있을 수 있겠지만 방향성 자체는 축소되는 쪽으로 예상한다"며 "역사적으로 (금리 차는) 마지막 기준금리 인상 때까지 좁아져 왔는데 내년 하반기까지 추가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만큼 긴 흐름에서 축소 방향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단기물 금리가 가파르게 오른 만큼 당분간 장단기 금리차의 축소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19일 10년물과 3년물의 금리 차이는 40.6bp로 6거래일 만에 40bp 이상으로 확대됐다.
강승원 연구원은 "지금 3년물 금리가 연 1.95% 이상인데 이는 기준금리가 1.75%일 가능성을 반영한 것으로 과도하게 오른 수준"이라며 "여기서 장단기 금리차가 더 줄어들려면 단기물이 더 오르거나 버텨줘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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