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리셉션서 노동 인권 강조…일자리 창출 확대·중국 견제 해석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한국을 방문한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한국 기업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노동자 인권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타이 대표는 전날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주한미국대사관,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공동 주관으로 열린 리셉션에서 삼성전자·현대차·SK 등 국내 기업 임원들과 만났다.
타이 대표는 리셉션에서 "미국이 무역 정책을 펼 때 앞으로 일자리와 근로자 이해를 많이 신경 쓸 것"이라며 노동 중심 무역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타이 대표는 앞서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096770]의 전기차 배터리 분쟁을 미국이 중재할 때도 미국 내 일자리에 대해 고민을 했었다고 언급했다.
당시 SK이노베이션은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건설 등을 앞세워 수입금지 10년 제재 확정시 미국 사업 철수 카드를 거론하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결정에 반발한 바 있다.
미 정부는 SK이노베이션 사업 철수로 인한 미국 내 일자리 감소를 우려하며 적극적인 중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타이 대표가 언급한 노동 중심 무역 정책에 미국 내 일자리 창출 확대와 중국 견제 의도가 담겨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우선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미국제품 구매) 전략을 추진하며 미국 내 생산을 위한 투자를 강조하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005930]와 현대차[005380] 등 국내 대기업들은 대미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또는 테일러시 등지에 170억달러(약 20조원) 규모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2공장 건설을 검토 중이며,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미국 현지 생산 등을 비롯해 수소, 도심항공교통(UAM), 로보틱스, 자율주행 등 미래성장 동력 확보에 총 74억달러(약 8조1천417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아울러 미국은 향후 무역 정책을 추진할 때 무역 상대국의 노동자 인권도 고려할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USTR은 지난해 발효된 새 북미 무역협정인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의 '노동 신속대응 메커니즘'을 통해 멕시코 GM 공장 노동자들이 자유로운 결사와 단체교섭 권리를 침해당했는지 여부를 검토해달라고 멕시코 정부에 요청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노동 인권을 강조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제3세계가 선진국보다는 노동 인권이 덜 강조되고 있기 때문에 노동 중심 무역 정책은 개발도상국이나 중국 등을 겨냥한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시행된 동맹국에 대한 철강·알루미늄 232조 조치를 철회해달라고도 요구했다. 232조는 외국산 수입 제품이 미국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면 긴급하게 수입을 제한하거나 고율의 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pc@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