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기준 산소포화 측정기, 유색인종 측정시 오류 가능"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일부 의료기기가 흑인 등 소수 인종 대상으로 부정확한 측정치를 내는 것으로 드러나자 영국 정부가 '의료기기의 인종차별'에 대해 조사에 나섰다.
파키스탄 이민 가정 2세 출신인 영국 사지드 자비드 보건부 장관은 21일(현지시간) 영국 더타임스의 일요판인 더선데이타임스 기고문에서 이런 내용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자비드 장관이 거론한 문제의 의료기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에서 많이 사용되는 '산소포화도 측정기'다. 손가락 끝에 끼우면 한쪽에서 나온 적외선이 피부 아래 혈관을 투과하면서 혈관 속 혈액의 헤모글로빈이 산소를 얼마나 머금었는지 측정하는 방식이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피부색이 검을수록 산소포화도가 실제보다 높게 측정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피부 색소가 적외선 투과량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가령 흑인의 경우 산소포화도가 낮아 치료가 필요한 상태인데도, 측정치가 실제보다 높게 나와 치료 시기를 놓칠 가능성도 거론된다.
자비드 장관은 BBC 방송에서 이 문제로 사망한 유색인종 코로나19 환자도 있을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완전한 데이터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답하기도 했다.
자비드 장관은 측정기의 부정확성 때문에 피해를 본 사례가 실제로 있는지, 더 나아가 다른 모든 의료기기에서 '인종적 차이'가 발생하고 있는지 정부가 파악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조사를 주도할 독립 기구의 대표자는 아직 임명되지 않았다. BBC는 첫 조사 결과가 내년 1월이면 나올 전망이라고 전했다.
자비드 장관은 또한 의료기기 출시 전 모든 인종에 대한 시험을 완료하도록 하는 내용의 규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라고 선데이타임스는 설명했다.
특히 미국의 최초 라틴계 보건복지부 장관인 하비에르 베세라 장관 등과 함께 이런 문제를 의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자비드 장관은 단순히 의료기기의 오류 문제뿐 아니라 소수 인종이 영국에서 코로나19 치료에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겨울 영국 코로나19 감염자의 약 28%가 흑인 등 유색인종이었는데, 이는 유색인종이 영국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의 약 2배에 달한다"며 "출신에 따른 보건의료 서비스 경험의 차이가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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