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행성 암 종양서 새로운 유형의 수지상세포 발견
MHC 가로채 종양 세포 행세하며 T세포 자극
미국 MIT 연구진, 저널 '이뮤니티'에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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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암세포가 늘어나 종양을 형성하면 암 단백질(cancerous proteins)이 생성되기 시작한다.
T세포는 가끔 이런 단백질을 '외부 물질'로 식별해 커지기 전에 종양을 제거하기도 한다.
원래는 이렇게 되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암 환자에겐 이런 행운이 따르지 않는다.
암 종양이 T세포를 비활성 상태로 만드는 화학 신호 물질을 주변 환경에 분비하기 때문이다.
이런 '면역 회피' 전략이 먹혀 T세포가 무장 해제되면 암 종양은 걷잡을 수 없이 폭주한다.
항암 면역 분야의 많은 연구자가 이렇게 무기력해진 T세포를 재활성화하는 방법을 찾는 데 주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과학자들이, 보조 면역세포로 여겨지던 수지상세포(dendritic cells)를 이용해 탈진한 T세포를 재활성화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스테파니 스프랭어(Stefani Spranger) 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지난 19일(현지 시간) 저널 '이뮤니티(Immunity)'에 논문으로 실렸다.
논문의 수석저자를 맡은 스프랭어 교수는 MIT 산하 '코흐 통합 암 연구소'의 일원이다.
스프랭어 교수는 "항암 면역 반응에서 수지상세포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라면서 "하지만 어떻게 하면 수지상세포의 악성 종양 반응을 최적화할 수 있는지는 알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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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의 최대 성과는, 특정 유형의 수지상세포를 자극하면 암 면역치료 효과를 대폭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실제로 연구팀이 생쥐 모델의 수지상 세포를 자극하자 흑색종과 결장암 종양이 줄어들었다.
수지상세포는 원래 암 종양을 공격하는 유형의 T세포 활성화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수지상세포에 여러 가지 하위 유형(subtypes)이 존재하는 데다 개별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잘 모른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어떤 유형의 수지상세포가 암 종양을 성공적으로 제거하는 T세포 반응에 관여하는지 확인하는 걸 1차 목표로 잡았다.
스프랭어 교수팀은 생쥐 모델의 근육 종양에서, 특별한 개입이 없었는데 저절로 줄어든 종양 세포주(tumor cell line)를 발견했다.
생쥐 몸 안에 이식된 뒤 커진 진행성 결장암 종양과 이 종양 세포주를 비교했더니 T세포 반응에서 확연한 차이가 나타났다.
진행성 결장암 종양에선 T세포가 얼마 못 가 탈진 상태에 빠졌지만, 퇴행성 종양에선 T세포가 제 기능을 유지했다.
이들 두 종양 유형에선 수지상세포의 작용 특성도 다르게 나타났다.
수지상세포의 주요 기능 중 하나는, 암세포나 감염 세포와 같이 죽어가는 세포의 잔해를 포식한 뒤 단백질 조각을 T세포에 제시해 '위험 경보'를 울리는 것이다.
항암 면역에 관여하는 수지상세포 중 가장 잘 알려진 건, 암세포 제거 능력을 갖춘 T세포와 상호작용하는 DC1 타입(type)이다.
그런데 단세포 RNA 시퀀싱(염기서열 분석)을 해 보니, 저절로 줄어드는 퇴행성 종양에선 DC2 타입의 수지상세포가 T세포를 활성화했다.
DC2는 이전에 관찰되거나 보고된 적이 한 번도 없는 새로운 유형이었다.
이 유형의 수지상세포는 세포 잔해를 삼키지 않고, 종양 세포의 MHC(주조직 적합성 복합체)를 가로채 자기 표면에 제시했다.
이렇게 종양세포 '가면'을 쓴 수지상세포가 더 강하게 T세포를 자극했다. T세포가 이런 수지상세포를 만나면 빠른 활성화 반응을 보이면서 종양 세포를 죽이기 시작했다.
DC2 형 수지상세포를 활성화하는 건 1형 인터페론으로 추정됐다.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입했을 때 세포가 생성하는 신호 전달 물질이 인터페론이다.
진행성 직장암과 흑색종 종양에서도 DC2 수지상세포가 조금 발견됐지만, T세포 활성도는 매우 낮았다.
그런데 1형 인터페론을 투여하면 수지상세포의 자극을 받은 T세포가 활발하게 종양 세포를 공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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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일부 유형의 인터페론이 암 치료에 쓰인다.
하지만 인터페론이 온몸에 작용하면 많은 부작용이 따른다.
이번 연구에선 드러났듯이 1형 인터페론을 종양 표적에만 정확히 전달하거나 종양 세포 스스로 1형 인터페론을 생성하게 약으로 자극해야 기대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사실 대부분의 종양 세포는 소량의 인터페론을 생성하지만, 이 정도 갖고는 T세포가 활성화되게 수지상세포를 자극하지 못한다고 한다.
체내에서 인터페론이 너무 많이 만들어지는 것도 문제다. 심각한 세포 독성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스프랭어 교수팀은 강한 T세포 반응을 일으키는 데 어느 정도 인터페론이 적당한지를 실험으로 확인할 계획이다.
그는 "인간의 면역계는 1형 인터페론 생성량의 미묘한 차이에 극적으로 다른 반응을 하게 타고났다"라면서 "이는 면역학적 관점에서 매우 흥미롭고 특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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