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보증금 가입 의무화·재등록 불가에 따른 피해 잇따를 듯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정부의 지난해 '7·10 대책'으로 주택임대등록이 강제(자동) 말소된 임대사업자들의 올해 종합부동산세(종부세)가 대폭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대한주택임대인협회에 따르면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아파트에 거주하는 A씨는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서울시 마포구에 다가구주택 한 채(동)를 운영하던 등록임대사업자였다.
A씨는 분당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마포 다가구주택을 단기매입임대로 등록해 작년 7월 10일까지 임대 중이었으며 지난 11년간 거주 주택과 이 등록임대주택 외에 부동산을 취득한 사실이 없다.
그러나 정부는 작년 7월 주택임대사업 기등록자(단기임대 및 아파트임대 유형)의 경우에도 의무 임대 기간이 지나면 등록을 자동으로 말소되도록 한 7·10 대책을 발표했고, 8월 18일 이런 내용이 반영된 민간임대주택특별법이 시행됐다.
이에 따라 모든 주택 유형의 단기매입임대(4년)와 아파트 장기매입임대(8년) 제도가 폐지됐다. 등록임대에 대한 혜택을 축소하고 일부 유형을 폐지하면 다주택자들이 임대주택을 시장에 매물로 내놓을 것이라는 정책적 판단에 따른 대책이었다.
A씨의 다가구주택 단기임대도 의무임대 기간이 끝나면서 자동말소 대상이 됐다.
그러나 A씨는 이를 매물로 내놓는 대신 임대주택 신규 재등록을 추진했다.
7·10 대책을 통해 신규 등록임대주택 의무임대 기간이 10년으로 연장됐지만, A씨의 경우 2018년에 이미 마포의 다가구주택의 공시가격이 10억원가량 오른 터라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폭증한 종부세가 훨씬 더 큰 부담이었기 때문이다.
등록주택임대사업자들에게는 2018년 9월 13일 이전에 주택을 취득해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종부세 과세표준 계산 시 합산대상에서 빼주는 혜택이 있다.
이런 종부세 합산배제 혜택을 받아 A씨가 지난해 납부한 종부세는 110만3천250원이었다.
문제는 정부가 작년 7·10 대책을 통해 임대사업자의 임대보증금 보증 가입을 지난 8월 18일부터 의무화하고 소급적용까지 하면서 발생했다.
기존에는 임차인의 보증금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건설임대나 동일단지 100호 이상의 매입임대 등 일부 유형에만 보증 가입이 의무였지만, 모든 등록임대로 가입 의무가 확대된 것이다.
A씨의 경우 이 법 시행 이전 다가구주택에서 전세 계약한 원룸들이 보증보험 가입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결국 임대사업자로 재등록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A씨는 종부세 합산 배제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됐고, 그 결과 올해 납부할 세액으로 통보받은 금액은 지난해의 100배에 가까운 1억101만1천880만원에 달했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장은 "법 시행 이전 체결한 전세 계약 등이 보증가입 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임대사업자는 계약갱신을 거절하거나 계약을 종료할 수도 없다"며 "이처럼 불가항력적으로 임대보증금 보증 가입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올해 주택분 종부세 부과 대상자는 94만7천명, 고지 세액은 5조7천억원 수준으로 지난해보다 각각 28만명, 3조9천억원 늘었다.
협회는 주택 유형에 따른 임대사업자 제도 폐지와 다주택자에 대한 세 부담 상한 확대 등으로 A씨와 같은 피해 사례가 속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협회는 지난 8월 말 헌법재판소에 임대보증금 보증 가입 전면 의무화에 대한 법적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내용의 '민간임대특별법 효력정지 가처분'을 청구한 상태다.
성 회장은 "등록이 말소된 임대주택들은 종부세 합산 대상이 되는 데다 향후 공시가격 상향마저 앞둔 상황이라 부담해야 할 보유세는 상상 이상"이라며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 중과세율도 너무 높아서 꼼짝없이 세금 폭탄을 맞는 처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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